사진|스포츠동아DB
23일 LG전에 앞서 전날 경기를 복기하면서 김 감독은 그 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9회부터 스피드가 5km 이상 떨어졌다. 직구를 던졌는데 체인지업으로 보일 정도였다. 마운드에 올라갔더니 등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긴장한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흥분하지 마라. 2점을 줘도 된다’고 말하고 얼굴을 만지고 내려왔다”고 했다.
그동안 김 감독은 덕아웃에서 경기 도중 어떤 일이 벌어져도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경기를 바라보고 필요한 것은 메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생겼다. 선수들이 잘하면 웃음도 보이고, 박수도 치고, 다양한 동작들이 나온다. 22일 마운드에서의 동작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를 오랫동안 모셔온 코치들도 전날 마운드에서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베테랑 감독은 작은 손동작 하나로 그라운드와 덕아웃의 모든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줬다. 감독이 ‘먼별에서 온 그대’가 아니라 선수들과 같이 공감하고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인이었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의 방법을 고집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실패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본능적으로 변해야 하는 이유를 안다. 내가 먼저 변해야 상대도 변한다. 그 것이 세상 이치다.
잠실|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