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하고 도루하고…4번타자 ‘품격 버리고 파격’

입력 2015-05-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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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이호준(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홍성흔-이호준(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베테랑 홍성흔·이호준 팀승리 위해 ‘희생’번트
박병호·테임즈 뛰는 4번타자로 경기흐름 바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4번타자의 번트는 화제를 모았다. 2010년 6월 10일 광주 KIA전에서 두산 김동주가 1999년 4월 19일 군산 쌍방울전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번트를 댔을 때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서 이대호가 번트를 댔을 때도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처럼 4번타자, 또는 중심타자의 희생번트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러나 최근 중심타자도 번트를 대고 도루를 한다. NC 이호준과 에릭 테임즈, 두산 홍성흔, 넥센 박병호 등이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두산 홍성흔은 10일 잠실 한화전 2회 무사 1·2루서 희생번트를 댔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번트를 대고 덕아웃에 들어오는 그를 보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벤치의 사인 없이 선수 스스로 댄 번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번트 덕분에 주자들은 2·3루에 안착했고, 폭투 때 손쉽게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의 흐름을 바꾼 한 수였다.

프로 22년차 이호준도 팀이 연패에 빠지며 상황이 좋지 않았던 4월 1일 마산 넥센전과 4월 11일 마산 SK전에서 2차례 번트를 침착하게 성공했다. 그 2경기는 모두 이겼다. 감독들은 고참의 희생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베테랑이 대는 번트는 후배들을 각성시키고, 팀을 하나로 만드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중심타자들이 도루도 한다. 박병호는 대표적으로 홈런 치고 도루 하는 4번타자다. 2012년 20홈런(31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을 정도로 빠른 발을 지니고 있다. 테임즈도 11일까지 9도루를 기록 중이다.

뛰는 4번타자가 무서운 이유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 때문이다. 일례로 테임즈는 6일 마산 KIA전에서 4-4로 맞선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골라낸 뒤 곧바로 도루를 했다. 만약 그가 도루를 하지 않았더라면 보내기번트가 나왔을 터. 그렇게 되면 상대 배터리는 빈 1루를 채우고 병살만 노리면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계산이 쉬어진다. 그러나 테임즈가 도루를 성공함으로써 KIA 배터리에 압박을 가했고, 무사만루가 만들어지면서 지석훈의 끝내기안타가 터졌다. 중심타자의 도루가 만든 승리였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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