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5연승보다 ‘장시환 미래’를 생각하다

입력 2015-05-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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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10일 LG전 8회 만루 역전 위기서 구원 안써
6·7·9일 8.1이닝 투구에 조범현 감독 “휴식”

1점차로 앞선 8회 수비 1사 만루. 안타 하나면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큰 위기. 그러나 kt 조범현 감독은 불펜 에이스 장시환(28·사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창단 첫 5연승과 첫 3연전 스윕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조 감독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kt는 10일 수원 LG전에서 2-6으로 패했다. 그러나 단순히 한 경기를 내준 날이 아니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달콤한 1승을 위해 선수의 미래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겠다는 조 감독의 철학이 돋보였다.

조 감독이 KIA를 이끌던 2009년과 2010년 종종 불펜투수 곽정철이 선발투수들과 함께 말끔한 사복 차림으로 경기 전 덕아웃에 나타나곤 했다. 각 팀은 장거리 원정을 앞뒀을 때 경기 전 다음날 선발투수를 먼저 원정지로 이동시킨다. 동료들은 늦은 밤 버스를 타지만, 이들은 비행기 또는 KTX를 타고 먼저 이동해 충분히 쉰다. 선발투수의 컨디션 조절을 돕기 위한 배려다. 그런데 불펜투수 곽정철은 왜 함께였을까. 조 감독은 불펜투수가 많은 경기에 연속 등판한 뒤에는 선발투수처럼 다음 경기 장소로 먼저 보내곤 했다. 그 이유를 물으면 “눈에 보이면 쓰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kt는 6∼9일 한화와 LG를 상대로 4연승을 거뒀다. 장시환은 6∼7일과 9일 마운드에 올라 모두 8.1이닝을 던졌다. 1이닝 마무리가 아닌 3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역투였다. 10일 LG전에서도 살얼음 승부가 이어졌다. 송진우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최근 많이 던졌지만 8일 하루 쉬었다. 오늘(10일)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장시환의 등판을 예상했다. 8회초 1사 만루 위기가 찾아왔지만, 장시환은 불펜이 아닌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kt는 역전패를 당했다. 장시환뿐 아니라 최근 7일 동안 5경기에 등판한 좌완 이창재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조 감독은 “장시환은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준비를 했기 때문에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지만, 휴식은 꼭 지켜주려고 한다. 빨리 최대성이 자리를 잡아서 부담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무리 아쉬워도 팀과 선수의 미래만큼은 확고히 지키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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