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音담잡담] ‘변명 생중계’ 유승준…말보다 행동이 먼저다

입력 2015-05-22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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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아프리카TV 화면 캡처

병역기피 해결 노력이 선행 됐어야
입대 시기 놓치고 이제와 용서 구해
“오고 싶으면 밀입국 하라” 비아냥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소중하고, 잘 써야 하고, 아껴 써야 한다. 유승준이 19일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를 통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이란 ‘비현실적인’ 전제를 달고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입대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애초 되지도 않을 일을, 엄청 양보하듯 내뱉은 말은 비난만 부추겼고 역풍을 일으켰다. 입국금지 조치가 해제될 수 없다는 사실만 재확인시켰다.

처음 유승준의 ‘심경고백’ 예고가 나왔을 때는 많이 궁금했다. 과연 13년 동안 간직해왔던 비밀스러운 사연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러나 변명과 남 탓의 무대에 불과했다. 그의 화법을 빌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유승준이 이랬으면 어땠을까.

우선 이번 ‘변명 생중계’에 앞서 물밑에서, 실질적인 노력을 먼저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입국금지 조치한 주체인 병무청이나 출입국을 관장하는 법무부에 지속적으로 문의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찾았어야 했다. 유승준은 법원으로부터 병역기피 ‘판결’을 받은 게 아니다. 병무청이 병역기피자로 ‘판단’한 것뿐이다. 따라서 노력 여하에 따라 그 판단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또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국적 회복 및 입대 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런 노력이 자연스럽게 알려졌다면 그나마 진정성이라도 받아들여졌을 터이다. 그러나 유승준은 “한국 땅을 밟고 싶다”며 법무부와 병무청에 읍소만 했지, 실질적인 노력은 하지 않았다.

유승준은 “작년 병무청에 입대를 문의했지만 한계연령을 넘겨 입대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시민권을 포기하고 입대할테니 한국으로 가게 해 달라”고 했다. 법적으로 군대 갈 수 없는 사람을, 법을 어겨가면서 군대에 보낼 국가기관이 어디 있겠나. 실소만 자아낼 뿐이다. 그나마도 “입국하게 해준다면”이라는 전제를 단 말이었다.

남 탓도 너무 많았다.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었다. 그런데도 기획사와 가족, 미디어와 환경에 원인을 돌렸다. 자신의 선택이 어리석었음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앞서야 했다.

이런 유승준을 바라보며 항간에는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까지 퍼지고 있다. “밀입국을 시도하고, 만약 적발되더라도 ‘오죽했으면…’이란 동정을 얻을 수 있다. 아니면 외신을 통해 모국을 향한 절절한 눈물을 보인다면 인권문제로라도 국제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다. 혹 미국 국가대표로 한국의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건 또 어떨까.”

안타까운 일이다. 어쨌든 모든 책임은 결국 자신에게 있다는 걸 그는 알까, 모를까.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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