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여기는 칸] 칸이 주는 교훈 ‘여배우·비주류·신인감독’

입력 2015-05-22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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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동아닷컴DB

한국영화 네 편의 주인공 모두 여배우
‘차이나타운’ 등 저예산·신인감독 눈길

끊임없는 도전이 성과를 부른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초청상영된 네 편의 한국영화와 그 배우 및 감독 등 제작진이 전하는 메시지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올린 제68회 칸 국제영화제가 막바지로 향해 가고 있다. 칸을 찾은 한국영화의 화려하고도 뜨거웠던 현장도 25일 폐막을 앞두고 대부분 마무리 됐다. 그 사이 한국영화는 적지 않은 성과와 과제 그리고 새로운 고민을 얻게 됐다.


● “여배우, 새로운 한국영화의 상징”

‘여배우 기근’이라는 국내 영화계 사정과 칸의 상황은 엇갈렸다. 칸을 찾은 한국영화 네 편의 주인공은 모두 여배우다. ‘무뢰한’의 전도연(사진)을 비롯해 ‘마돈나’의 서영희와 권소현, ‘차이나타운’의 김혜수와 김고은 그리고 ‘오피스’의 고아성까지 올해 칸 국제영화제를 상징하는 가장 명확한 키워드가 바로 ‘여배우’다.

이들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빚어낸 모습은 세계 영화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 여배우는 티켓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편견에 시달린다. 경쟁력이 낮다는 고정관념 속에 여배우 ‘기근’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칸을 찾은 여배우들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깼다. 서영희는 “감동적”이라고까지 했다. 전도연은 “여성 캐릭터가 남자배우들에 의존하는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된다는 점이 반가웠다”며 “칸에서 에너지를 받고 돌아가 다시 연기할 힘을 얻는다”고 밝혔다.


● ‘대안배급사’ 또는 ‘저예산’

네 편은 대안의 성격을 지닌 두 투자배급사의 작품. 멀티플렉스 CGV 자회사로 그동안 저예산 영화에 주력해온 아트하우스는 ‘무뢰한’과 ‘차이나타운’을, 7개 제작사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이 설립한 공공 성격의 리틀빅픽쳐스는 ‘마돈나’와 ‘오피스’를 나란히 내놨다.

모두 실험적이고 새로운 영화 발굴에 주력해온 곳으로, 그 성과는 이번 칸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이들의 활약은 한편으로 기획부터 제작, 심지어 극장까지 갖추고 영화계를 선점하다시피 한 대형 배급사들의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도 됐다. 매년 칸을 찾는 국내 영화계 인사는 “흥행 기대치를 따져 비슷한 기획과 스타일의 영화를 반복해 생산하는 제작환경에서 두 대안 배급사는 반전을 만드는 분위기”라며 반겼다.


● 신인·여성감독, 그 새로움

데뷔작으로 칸을 찾은 신인감독은 모두 황금카메라상 후보다. 올해는 총 26명. 그 가운데 ‘차이나타운’의 한준희·‘오피스’의 홍원찬 감독이 있다. 이들은 폐막식까지 현지에 머문다.

이들의 재능을 먼저 알아본 곳, 칸이다. 19일 ‘오피스’ 공식상영 직후 티에리 프레모 칸 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은 홍 감독의 손을 잡고 “앞으로 쭉 영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격려했다.

여성감독의 활약도 눈에 띈다. 한때 “상업영화 감독으로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신수원 감독은 ‘마돈나’의 제작비 4억원을 마련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영화는 칸에서 심상치 않은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칸 국제영화제에 두 번이나 진출한 유일한 여성감독이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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