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어깨수술 후 재기…크리스 영을 배워라

입력 2015-05-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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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과 유사…수술 후 1년 만에 등판
복귀 후 4년간 지독한 부진 시달렸지만
지난해 12승9패 방어율 3.65 완벽 부활

결국 류현진(28·LA 다저스)이 수술대에 오른다. 22일(한국시간) 다저스 팀 닥터인 닐 엘라트라체 박사가 수술을 집도한다.

투수에게 어깨 수술은 치명적이다. 자칫 선수생명에 중대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다 해도 팔꿈치 수술에 비해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기 힘들다는 것이 정설이다. 과거 세인트루이스 에이스로 활약했던 크리스 카펜터가 그랬다. 카펜터는 팔꿈치와 어깨를 모두 다쳐 2003년에는 어깨 관절와순 수술, 4년 뒤에는 토미존서저리를 각각 받았다. 카펜터는 “팔꿈치 수술의 경우 주어진 재활 프로그램만 충실히 수행하면 되지만, 어깨 수술은 그야말로 도박에 가깝다. 수술 받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확률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류현진은 카펜터와는 달리 관절경 수술을 통해 클린업(청소) 치료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드러나지 않은 어깨 통증의 원인을 밝혀내는 한편, 레이저 치료 등을 통해 조직을 안정화시키게 된다. 관절와순 수술과 달리 관절경 수술은 이르면 1년 이내 복귀가 가능하지만, 원래 기량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이 참고할 만한 케이스로는 캔자스시티 크리스 영(36)을 꼽을 수 있다.

208cm로 메이저리그 최장신 투수인 영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파란만장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빅리그 2년차인 2005년 텍사스 소속으로 12승(7패·방어율 4.26)을 따냈고,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이듬해에는 11승(5패·방어율 3.46)을 올렸다. 2007년에는 내셔널리그 올스타로 선정되며 전성기를 누렸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큰 키 덕분에 릴리스 포인트가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높아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영은 2009년 8월 류현진의 증세와 유사한 어깨 부상을 당했다. 부상 이후 2개월 만에 관절경 수술을 받고 클린업 작업을 거친 영이 빅리그 마운드에 다시 오른 것은 딱 1년만인 2010년 8월이었다. 그러나 2010년과 2011년 그가 등판한 경기수는 총 8게임에 불과했다. 2012년에는 6월부터 20경기에 선발출격했지만, 4승9패(방어율4.15)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3년에는 아예 빅리그 무대를 밟지도 못했다. 마이너리그 3개 팀을 전전하며 9경기에 선발등판해 1승2패, 방어율 6.91에 그치자 ‘영의 시대는 끝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끝에 2014년 시애틀로 둥지를 옮긴 영은 30경기(29선발)에 등판해 12승9패, 방어율 3.65를 기록하며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9년 만에 자신의 생애 최다승과 타이를 이룬 영은 아메리칸리그 컴백 플레이어로 선정됐다.

어깨 부상을 당한지 5년여가 지난 올 시즌 영은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21일 현재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9경기에서 3승무패를 기록 중이다.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방어율은 0.94에 불과하다. 28.2이닝 동안 고작 11안타만 내줬다. 이닝당출루허용(WHIP)도 0.63에 불과하다.

영은 어깨 수술을 받고 예전 기량을 되찾은 성공적 사례다. 그러나 한 시즌 동양인 최다승(19) 기록 보유자인 왕첸밍을 비롯해 마크 프라이어, 브랜든 웹, 제프 프란시스, 에릭 베다드 등 어깨 수술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사례가 훨씬 많다. 선수생명이 걸린 어깨 수술이라는 중대한 결단을 내린 류현진이 과연 언제, 어떤 모습으로 팬들에게 돌아올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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