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여기는 칸] 독립예술영화 입도선매 분위기…왜?

입력 2015-05-2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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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플래쉬’의 한 장면. 사진제공|에이든컴퍼니

“영화도 보지 않고 일단 사요. 정작 계약 체결이 허수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칸 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한 영화 수입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영화제 기간 함께 열리는 칸 필름마켓에서 외화 수입 경쟁이 치열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가장 먼저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19편 대부분이 한국 수입사에 팔렸다. 한 중급 규모 수입사는 경쟁부문 19편 중 무려 3편을 ‘선점’했다. 한국 수입사간 입찰 경쟁이 붙어 수입가격이 2.5배나 껑충 뛴 예술영화까지 나왔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거나 인지도 있는 감독의 영화를 수입하려는 발 빠른 움직임은 흔하지만 독립·예술영화를 둘러싼 이 같은 구입 경쟁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칸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분위기가 고조돼 우려가 될 정도”라는 반응이다.

예술영화 수입이 달아오르는 배경은 최근 국내 극장가 상황도 무관치 않다. 지난해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을 시작으로 ‘허’, ‘위플래쉬’까지 잇따라 ‘반전의 흥행’에 성공하면서 새삼 예술영화에 시선이 집중된 탓이다.

실제로 ‘위플래쉬’는 5만 달러, 우리 돈으로 5400만원으로 수입해 국내 극장에서만 126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수입사 증가와 부가판권 시장 확대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예술영화 수입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국내 흥행에 성공한 예술영화는 대부분 할리우드 배급사가 세운 중소 자회사가 제작한 영화들인데다, 국내 관객이 유럽과 미국의 예술영화를 대하는 선호도는 다소 엇갈린다는 지적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유럽 예술영화를 국내 관객이 얼마만큼 받아들일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국내 극장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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