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의 책임감, 김희선의 자신감

입력 2015-05-27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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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이자 엄마 그리고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채시라와 김희선(아래).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MBC ‘앵그리맘’을 통해 높은 시청률은 물론 대중의 공감까지 이끌어냈다. 스포츠동아DB

■ 워킹맘 여배우 채시라·김희선

최근 연기 내공을 탄탄히 갖춘 30∼40대 여배우들이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다. 채시라와 김희선 역시 최근 종영한 수목드라마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과 MBC ‘앵그리맘’을 통해 한층 성숙해진 연기로 호평 받았다. 여배우로, 아내로, 엄마의 삶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은 말한다. 모성애는 연기 인생의 또 다른 시작점이며 훨씬 풍부한 감정으로 새로운 연기를 마주하게 한다고.


● ‘착하지 않은 여자들’ 열연 채시라

엄마가 인기 많고 유명해서 좋다는 아들
항상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해
매월 도서관 봉사…엄마로서 책임감도


지난 2년 동안 두 아이의 엄마로 지내온 채시라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대본을 받아들고 잠시 잊고 있던 연기 열정을 확인했다. 말썽 한 번 부리지 않고 평범했던 학창시절과 달리 순진할 정도로 용기 있는, 그래서 손해를 더 많이 보고 살아야 했던 극중 인물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캐릭터는 미운 오리 새끼에서 당당히 날갯짓을 하는 백조로 성장하며 시청자에게도 작은 위로를 선사했다. 자신도 학창시절 뜻하지 않게 퇴학을 당했다며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줘 고맙다”는 한 중년여성의 말은 “배우의 책임감을 고민”하는 채시라의 마음 한 편을 묵직하게 했다.

초등학생인 그의 아들은 드라마를 끝낸 엄마를 꼭 껴안고 요즘 “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워”라고 자주 말한다. 인기가 많고 유명한 엄마가 좋다는 말에 채시라는 “다 좋은 건 아니야. 책임감이 늘 뒤따라야 한다”고 답한다.

‘책임감’은 사실 채시라가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아역 연기자 시절 매니저를 자처한 엄마가 책임감과 겸손함을 강조했던 것처럼 그 역시 아이들에게 현재에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채시라는 작품을 선택할 때 늘 아이들의 성장기를 최우선시한다. 그는 “지난해 큰 아이가 중학교에,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작품이 들어와도 고사했다. 다행히 연말에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의가 들어와 기뻤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매월 한 차례 둘째아이의 학교 도서관에서 봉사를 한다. “아들은 등하교 시간에 교통지도를 하는 ‘녹색어머니회’를 해달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책이 좋고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도서관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을 할 때는 연기에만, 엄마로 돌아갔을 때는 철저히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그가 모든 일에 책임을 다 하는 방식이다.

유독 영화와는 연이 깊지 않았던 채시라는 새로운 작업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드라마로는 사극을 여러 편 했는데 영화로는 보여드린 적이 없다. 요즘 대중문화 콘텐츠로 우리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나도 그런 책임을 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앵그리맘’ 연기 호평 김희선

데뷔 때부터 연기력으로 승부한 적 없어
한 아이의 엄마였기에 ‘앵그리맘’ 가능
요즘 10대 팬 늘어 왠지 모를 뿌듯함도


“만약 한 아이의 엄마가 아니었다면 이 연기를 할 수 있었을까요?”라고 묻는 김희선의 눈에서는 ‘확신’에 가까운 자신감이 엿보였다.

‘앵그리맘’에서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딸을 위해 고등학생이 되어 직접 그 현장으로 뛰어드는 엄마. 코믹 판타지물에 가까웠던 드라마의 시작은 쓰라린 현실 속 이야기로 무거운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김희선은 지난해 출연한 KBS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 이어 또 한 번 인정받았다. 방송 전 “만약 드라마가 망하더라도 김희선은 남을 것 같다”던 ‘앵그리맘’ 최병길 PD의 말이 적중한 셈이다.

김희선은 “‘앵그리맘’을 하면서 10대 팬들이 늘어난 건 정말 고무적인 결과”라면서 “태어나기도 전에 내가 출연한 드라마를 다시 봤다는 어린 팬들의 얘기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며 웃었다.

엄마가 된 이후로 ‘잔소리쟁이’가 됐다는 그는 촬영현장에서도 ‘학생주임’을 자처했다. “요즘 치마는 왜 그렇게 짧으며, 애들은 왜 또 그렇게 진하게 화장을 하고 다니는 걸까?” 되물으며 “길거리에서 만나는 학생들을 붙잡고 복장과 태도 단속을 좀 했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칭찬이 여전히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데뷔 때부터 나는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배우가 아니지 않았나. 그래서 사실 매 작품 새로운 모험을 한다는 게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주변의 칭찬과 격려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10∼20대 팬들을 몰고 다니던 청춘스타에서 어느덧 중년을 향해 가고 있는 김희선은 한국 연예계에서 여배우로 살아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아쉬움도 털어놨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할리우드를 보면 할머니가 된 여배우들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약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기혼 여배우의 1번 캐릭터가 억척스러운 아줌마라는 사실은 좀 아쉽다”면서 “중년에도 핫한 멜로를 선보일 수 있는 김희애 선배 같은 여배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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