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마법사의 첫 발걸음] kt 김동명에게서 NC 나성범이 보인다

입력 2015-05-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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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사진제공|kt위즈

7. 신생팀의 트랜스포머, ‘신의 한 수’ 될까?

‘포수→1루수’ 김동명, 외야수 훈련 병행
나성범 사례처럼 타격서 더 가능성 인정
신생팀 선수들의 변신, 잠재력 폭발 기대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면 녹슬고 털털 소리를 내며 힘겹게 달리던 자동차가 한순간에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멋진 스포츠카와 로봇으로 변신한다.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기적 같은 이야기지만, 녹색 다이아몬드 안에선 종종 현실이 되기도 한다.

#김종호(31)에게는 2013년 NC에서 도루왕에 오르기 전까지 ‘반쪽선수’라는 반갑지 않은 평가가 따랐다. 2012년 김종호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퓨처스리그에서 종종 지명타자로 출장했다. 좌투 외야수로 어깨가 약해 송구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던 상황. 퓨처스리그에서 지명타자 기용은 삼성 코칭스태프가 그를 대타와 대주자 역할을 동시에 맡을 수 있는 백업전력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특별지명으로 김종호를 선택한 NC 김경문 감독은 “발이 빠른데 뭐가 걱정이냐? 남들보다 한 발 더 앞서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야구선수 김종호가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김 감독은 한 발 더 나아가 김종호를 외야수 중 가장 송구능력이 중요한 우익수로 기용하기도 했다. 믿음과 신뢰가 듬뿍 담긴 선택이었다. 만약 김종호가 강한 어깨까지 갖고 있었다면, 아직 삼성 선수일 가능성이 높다.

신생팀에 모인 많은 선수들은 이처럼 타격, 주루, 수비, 송구 중 어느 한 부분이 약한 경우가 많다. 김 감독은 2013년 1군 데뷔를 앞두고 조영훈(33)의 포지션 변신도 시도했다. 1루수보다 외야수로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투수 나성범의 야수 전향을 밀어붙인 김 감독의 뚝심은 스프링캠프 내내 ‘외야수 조영훈 실험’에서도 지속됐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NC의 외야진 전체에는 큰 긴장감이 감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가 있었다.

#최고의 포수 전문가로 꼽히는 kt 조범현 감독은 올 1월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포수에서 1루수로 변신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김동명(27)에게 외야수 훈련 병행을 결정했다.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조 감독은 웃으며 “못하면 집에 가야지”라는 단호한 답변을 했다. 김동명은 삼성이 1차 지명하며 진갑용의 후계자로 콕 찍었던 유망주였지만, 포수 수비보다는 타격에서 더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조 감독은 비슷한 시기 또 한명의 포수 김재윤(25)의 투수 변신도 이끌었다. 김재윤이 지닌 가장 뛰어난 재능인 강한 어깨에 주목한 과감한 결정이었다.

그라운드에서 트랜스포머의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시도 자체가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각 포지션의 최고 중의 최고가 모이는 프로무대이기 때문에 더 어렵다. 그러나 선수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려는 신생팀 감독의 선택은 그라운드에 또 한번 희망 스토리를 그려내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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