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롯데 심수창, 12년 비운의 투수가 마주한 마지막 기회 ‘클로저’

입력 2015-06-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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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심수창. 스포츠동아DB

프로에서 12년을 뛰었다. 그동안 심수창(34·롯데)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외모’, ‘비운의 투수’, ‘눈물’, ‘이적’, ‘포수 조인성’ 등이었다. 프로 유니폼을 입지 못하고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나는 선수들이 태반이고, 어렵게 그 문턱을 넘었다 해도 절반 이상은 3년 안에 쫓겨나는 상황에서 프로 12년차의 경력은 그 자체로 박수 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동안 야구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잘 생긴 선수 순위에 주로 등장했으니 스스로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갈 만했다.

올해 출발도 다르지 않았다. 선발 후보도 아니었고, 그동안 줄곧 선발 요원이었기에 필승 불펜으로도 분류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2군에서 당시 코치였던 이종운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이드암으로 투구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느덧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 절박한 상황에서의 마지막 도전이었다. 사이드암과 오버핸드를 오가는 변칙 투구는 타자를 현혹시킬 수 있는 ‘비기’였지만, 스스로 균형감을 잃지 않고 버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무협지 주인공이 최고의 비급을 익혔지만 내공이 따라주지 않아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장면처럼, 변칙 투구에 수반되는 위험 요소였다.

다행히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선 그 같은 변화가 더 수월했다. 사이드암으로 던질 때 허리 회전력이 좋아진 덕분인지, 오버스로우 때 최고 구속은 140㎞대 중반을 훌쩍 넘겼다. 사이드암으로 포크볼도 장착했다. 그렇게 얼굴만 잘 생긴, 혹은 비운의 투수로 불렸던 심수창은 롯데의 마무리투수가 됐다.

롯데는 5월 불펜의 붕괴로 큰 위기를 맞았다. 이 감독의 선택은 시즌 초반 선발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심수창의 마무리 전환이었다. 5월 중순 6연속 위닝 시리즈에 큰 힘을 보태며 롯데가 중위권에서 선전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2점대 방어율을 유지하다 이달 7일 사직 KIA전에서 2점홈런을 맞아 3.15로 올랐지만, 1승1패5세이브1홀드의 성적은 기대이상이다. 특히 10.2이닝 동안 삼진은 16개인 반면 볼넷은 6개다. 시속 150㎞의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던지는 마무리는 아니지만, 두 가지 투구폼과 11년의 시련 속에 다져진 경험은 큰 무기다.

심수창은 “개막 엔트리에도 끼지 못했다. 절박했다. 팀이 관심을 쏟는 주요 전력이 아니라는 느낌은 생각보다 매우 괴롭다. 퓨처스(2군)에서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마무리 역할을 맡았다. 어려운 역할이다. 그러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직 단 한번도 후회 없이 시즌을 마친 적이 없다. 소중한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무리는 공의 힘만 갖고 버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아무리 투구 능력이 뛰어나도 정신적 뒷받침이 없으면 무너질 수 있다. 심수창은 “꼭 불펜에서 공을 던지는 것만 훈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무리투수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항상 훈련하고 있다.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을 던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매번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경기 후반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11년의 시련은 그에게 절박함과 담대함을 함께 줬다. 마무리투수 심수창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사직|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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