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자 전성시대…한국여자골프 ‘닥치고 공격’

입력 2015-06-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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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가 곧 우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박성현은 247야드에 이르는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제공|KLPGA

■KLPGA 새 트렌드 ‘장타가 답이다’

우승자 6명 중 4명 장타자…길어진 코스 영향
장타 3위 전인지, 6600야드 넘는 코스서 2승
박성현은 드라이버 샷으로만 한국女오픈 우승
김해림, 비거리 늘리려고 체중 8kg 불리기도





한국여자골프가 화끈해졌다. ‘닥공 골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격적인 골퍼들이 KLPGA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말 그대로 ‘장타자 전성시대’다.

김민선과 전인지(오른쪽)역시 KLPGA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다. 사진제공|KLPGA


올해 열린 KLPGA 투어 11개 대회에서 모두 6명의 우승자가 탄생했다. 전인지(21·하이트진로)와 이정민(23·비씨카드)이 3승, 고진영(20·넵스) 2승, 김민선(20·CJ오쇼핑)과 김보경(29·요진건설), 박성현(23·넵스)이 1승씩을 챙겼다. 관심을 갖고 지켜볼 점은 6명의 우승자 중 4명이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다. 김민선(1위·252.53야드)을 비롯해 이정민(2위·251.34야드), 전인지(4위·249.12야드), 박성현(7위·247.47야드)은 장타를 앞세워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4명이 손에 넣은 우승트로피만 8개로 전체의 73%에 해당한다.

이처럼 장타자들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길어진 코스 세팅에 있다. KLPGA투어는 올해 열린 11개 대회 중 3개 대회를 제외하고 8개 대회의 코스 길이가 6400야드를 넘겼다. 6600야드를 넘는 곳도 5개 코스나 된다. 코스 길이는 해마다 조금씩 길어지는 추세로 2013년을 기준으로 18홀 기준 총 길이가 평균 6400야드를 넘어섰다.

길어진 코스와 장타자들의 성적은 거의 비례한다. 가장 최근 끝난 제29회 한국여자오픈에서는 장타 2위 이정민과 7위 박성현이 마지막까지 우승 다툼을 펼쳤다. 최종 4라운드에서는 둘의 우승 경쟁과 함께 장타 대결도 또 다른 볼거리가 됐을 정도였다.

앞선 대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6612야드로 코스가 세팅된 삼천리 투게더오픈에서는 전인지가 우승을 차지했고, 고진영 2위(드라이브거리 17위), 박지영 공동 3위(드라이브거리 3위), 김해림 공동 5위(드라이브거리 21위)로 장타자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았다.

코스가 가장 길게 세팅됐던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왔다. 고진영 우승, 드라이브 거리 6위 배선우(21·삼천리)와 8위 안송이(25·KB금융그룹)는 공동 3위에 올랐다.

올해 3승씩을 기록 중인 전인지와 이정민 역시 긴 코스에서 강했다. 전인지는 3승 중 2승을 긴 코스에서 차지했다. 삼천리투게더오픈(아일랜드CC·6612야드), 에쓰오일챔피언스(엘리시안CC 6625야드)는 모두 6600야드 이상이다.

드라이브샷 평균거리 2위 이정민도 비슷하다. 비교적 코스가 길게 세팅된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수원CC·6463야드), E1채리티오픈(휘닉스스프링스CC·6456야드)에서 우승했다.

긴 코스는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지게 만든다. 과거 여자골프는 짜임새 있고 아기자기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그러나 최근엔 ‘닥공골프’로 불리는 공격적인 성향의 골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박성현이다. 박성현은 한국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모든 티샷을 드라이버로 했다. 데뷔 2년차에 우승이 없었던 그였기에 마지막 날 안정된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박성현은 “다른 골프장이었더라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겠지만 (길고 페어웨이가 좁은) 이 코스에서는 굳이 드라이버가 안 맞는다고 해서 우드로 칠 필요가 없었다. 드라이브샷에 자신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계속 드라이버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거리 증가를 위해 일부러 체중을 늘리거나 근력 운동에 집중하는 선수들도 생겨나고 있다. 김해림(드라이브 거리 21위·242.31야드)은 거리를 늘리기 위해 하루에 달걀 30개씩을 먹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년 전에 비해 체중이 약 8kg이나 늘었다. 그 덕분에 드라이브 샷의 평균거리도 약 10야드 증가했다.

공격적인 골프는 그만큼 위험도 뒤따른다. 그럼에도 장타를 추구하는 건 실보다 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여자골퍼들이 펼치는 ‘닥공골프’는 갈수록 더 화끈해질 전망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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