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베테랑들이 키우는 ‘넥센의 미래들’

입력 2015-07-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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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조상우-한현희-김택형-김하성(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손승락, 조상우·한현희의 정신적 지주 역할
송신영, 선발조 김택형·김동준에 구종 전수
박병호·김민성, 김하성에 타격비법 등 조언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2003년 저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를 발표하면서 자신의 연구업적은 수많은 선배 과학자들의 지적자산을 물려받은 것에 불과하다며 고개 숙였다. 야구도 다르지 않다. 넥센은 최근 수년간 한현희(22), 조상우(21) 등 젊은 투수들을 키워냈다. 올해도 주전 유격수 김하성(20)과 고졸 신인 김택형(19)을 발굴하면서 유망주의 새 요람으로 떠올랐다. 체계적 육성 시스템 외에도 유망주들이 기댈 수 있는 ‘거인들’, 즉 베테랑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손승락, 송신영을 보라!

외부에서 팀의 ‘케미스트리(팀워크)’를 엿보긴 쉽지 않다. 조직문화는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이 얼마만큼 성장하느냐에 따라 내부결속과 선후배의 관계 등을 짐작할 수 있다. 건강한 경쟁과 긴장관계가 흐르는 팀일수록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될성부른 떡잎’들이 알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은 “손승락(33)이 패했다고 비판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종종 말한다. 패전이나 블론세이브는 분명 나쁜 기록이지만, 그 이면에 펼쳐진 공로를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기용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손승락은 넥센의 마무리투수이자 마지막투수다. 세이브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묵묵히 마운드에 올라 제 공을 던진다. 조상우와 한현희가 승계주자를 남기고 마운드를 떠나면, 손승락이 출동해 진화한다. 손승락이 승계주자를 막아주면서 어린 투수들은 힘을 얻는다.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고, 개인기록도 더 풍성해진다. 한현희가 2년 연속 홀드왕(2013∼2014년)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손승락의 뒷받침이 컸다. 염 감독은 “승락이가 있어서 현희와 상우가 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송신영(38)도 빼놓을 수 없다. ‘3선발 같은’ 5선발 역할을 해주면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든든하게 책임졌다. 염 감독도 “송신영이 있어서 팀이 상위권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김택형과 김동준(23) 같은 유망주들이 커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무심한 듯 내뱉은 한마디, 그리고 구종 전수 등으로 후배들을 알뜰살뜰 챙긴다.


● 박병호, 김민성의 노하우


타선에선 박병호(29)와 김민성(27)이 후배들을 보살핀다. 코칭스태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하성이 스프링캠프 동안 김민성, 시즌 중 원정경기 시 박병호와 한 방을 쓰도록 배려했다. 주전 유격수로 나설 김하성의 빠른 적응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김하성은 “박병호 선배님은 몸 관리와 타석에서의 자세, 민성이 형은 3루에서 저를 많이 챙겨주신다”고 귀띔했다. 그 결과 강정호(피츠버그)의 공백을 빠르게 지워나갔고,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성장했다. 심재학 타격코치는 “병호와 민성이가 대화를 주도하고 기술적 조언을 많이 해준다.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하면서 팀이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며 웃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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