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연평해전’ 1013개관과 ‘마돈나’ 41개관의 간극

입력 2015-07-02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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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평해전’-‘마돈나’(아래). 사진제공|로제타시네마·준필름

어떤 의도가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해하고 넘기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마돈나’(사진)의 개봉에 얽힌 문제다. 그 이면은 국내 극장가와 거대 투자배급사의 ‘현실적 힘’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대기업 계열 3대 극장체인인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2일 개봉하는 ‘마돈나’에 첫 주말동안 41개 상영관을 내주는 데 그쳤다. 순제작비 4억원, 총제작비 10억원 미만의 저예산영화라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이상하리만치 적은 수다. 국내외 평단과 언론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마저도 온전히 할당될지 알 수 없다. 관객이 많이 찾는 프라임타임에는 다른 영화를 틀고, 이른 아침과 늦은 밤 시간표만 채우는 ‘퐁당퐁당’(교차상영)의 피해에도 노출될 위험이 크다. 사실상 관객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처음부터 얻지 못한 셈이다.

‘마돈나’는 5월 말 개봉 날짜를 확정했다. 최근 대부분의 영화가 눈치작전 속에 심할 경우 개봉을 불과 2주 앞두고 날짜를 공개하지만 ‘마돈나’는 나름 자신 있는 행보를 택했다.

하지만 ‘룰’은 물론 ‘예의’도 지켜지지 않는 분위기다. 일찌감치 6월22일 VIP 시사회를 확정한 ‘마돈나’는 앞서 메르스 여파로 개봉을 2주 연기한 ‘연평해전’ 측으로부터 ‘여러 사정으로 같은 날 VIP 시사회를 할 수밖에 없으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뜻을 전달 받았다. 개봉 연기의 여파로 관련 일정 변경이 급했던 ‘연평해전’이 ‘마돈나’가 미리 잡아둔 날짜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충무로와 영화계에서는 먼저 홍보 일정을 확보한 다른 영화와 같은 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는다. 중소규모 배급사의 작은 영화 ‘마돈나’ 입장에선 ‘연평해전’의 거대 투자배급사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터이다. 결국 시사회를 하루 연기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은 ‘마돈나’ 상영관 차별 논란에 대해 같은 날 개봉하는 ‘터미네이터:제니시스’와 현재 흥행 중인 ‘연평해전’을 이유로 든다. ‘연평해전’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상영관을 차지했다. 개봉 첫 주 일요일인 6월28일 1013개관을 확보하며 단숨에 한국영화 역대 10위에 올랐다. 최근 1000개 이상 상영관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는 ‘명량’, ‘군도:민란의 시대’, ‘은밀하게 위대하게’, ‘관상’ 등이다. 적어도 개봉 첫 주 300∼400만명을 거뜬히 모았다. 그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선택을 받았다. ‘연평해전’의 첫 주말 관객은 140만명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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