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6에서 0.283까지! 정근우의 고공비행

입력 2015-07-16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화 정근우. 스포츠동아DB

“형님도 이런 적이 있었습니까.”

한화 정근우(33)는 5월 대구 원정경기 때 그라운드에서 만난 삼성 이승엽(39)에게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시즌 초반 타율은 1할도 되지 않았다. 실제로 4월 29일까지 그의 타율은 0.056(18타수 1안타). 이후 안타 1~2개씩을 쳐내면서 1할을 넘어서고 2할대로 진입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밑바닥이었다. 낙천적 성격의 정근우도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다. 그의 이름 석자에 거는 주변의 기대치가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이승엽은 그런 정근우에게 용기를 북돋웠다. “괜찮다. 괜찮다. 아직 시즌 초반 아이가. 난 일본에서 4년 동안 그런 적도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자신은 일본에서 마지막 4년간(2008~2011년) 더 오랫동안 부진에 시달려봤다는 말로 후배를 다독였다.

정근우는 올 시즌을 힘겹게 출발했다. 2월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연습경기 도중 수비를 하다 턱뼈 골절상을 당한 것이 결정타였다. 훈련강도를 끌어올리고, 실전감각을 키워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다치면서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1군 경기에 처음 나선 것이 4월 22일 잠실 LG전. 급한 마음과는 달리 몸과 감각은 빨리 올라오지 않았다.

전광판의 숫자만 보면 한숨이 나오던 시기, 정근우는 이승엽의 조언대로 하루하루 ‘공 보고 공 치기’를 거듭했다. 그때부터 ‘숫자를 반드시 끌어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내려놓으니 올라가기 시작했다. 15일까지 시즌 타율이 0.283(237타수 67안타)까지 치솟았다.

4월에 타율 0.136(22타수 3안타)으로 마감했으나 5월에는 0.232(99타수 23안타), 6월에는 0.333(81타수 27안타)을 찍었다. 그리고 7월에는 0.400(35타수 14안타)의 고공행진이다. 무엇보다 3번타순에 자리를 잡고 시즌 42타점을 기록 중이다. 부상의 여파로 경기수와 타수가 적은 것을 고려하면, 이만하면 중심타자다운 면모다. 그동안 주로 테이블세터로 활약했기에 2009년의 59타점이 개인 시즌 최다타점인데, 올 시즌 이를 넘어설 것이 확실해 보인다.

특히 14일과 15일 청주 롯데전의 활약은 눈부셨다. 올 시즌 자신의 2번째(개인통산 9번째) 끝내기 안타를 친 14일엔 4타수 3안타 2타점 1도루 1득점으로 맹활약했고, 비록 연장전에서 10-12로 패했지만 15일에도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폭발적인 타격감을 자랑했다.

막히면 뚫고 달리고, 찬스가 생기면 끝내주는 팔방미인. 시즌 초반 1할도 되지 않던 타율을 3할 근처까지 끌어올린 정근우의 요즘 활약을 보면 ‘역시 클래스가 다르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가 펄펄 날면서 한화의 야구도 펄펄 끓어오른다.

청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