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청춘FC', 땀냄새마저 향기로운 이유

입력 2015-08-06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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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장그래, ‘루저’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 우리는 어딘가 미숙하고 좌절을 경험한 대중문화 속 인물에 감정을 이입한다. 자신감이 부족한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는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KBS2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하 ‘청춘FC’) 역시 축구 미생들의 땀과 눈물을 몰입감 있게 그려내며 호평 받고 있다.

최재형 PD는 ‘시청자가 느끼는 감정’을 중시했다.

현재 벨기에에서 촬영 중인 최 PD는 5일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내레이션을 거의 쓰지 않는다.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찍힌 것과 자막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는 시청자가 능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게 아닐까 싶다. (몰입도가 높다는 호평은) 멤버들 개개인의 이야기가 강렬한 데서 시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위로와 희망이지만 맹목적인 희망이 아니다. 희망을 이야기하려면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그건 시청자의 느낌, 시청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춘FC’ 대부분의 장면은 남자와 축구공으로 채워진다. TV 화면 너머로 땀 냄새가 진동할 것 같은 분위기지만 프로그램은 유쾌하다. 안정환, 이을용 공동 감독과 이운재 코치의 호흡이 인상적이다.

특히 안정환의 포지션이 확실하다. 무섭게 충고하는 모습과 특유의 예능 입담이 어우러져 축구 감독으로서의 카리스마와 방송인의 매력을 모두 놓치지 않는다.

다만 시청률은 4~5%를 기록하며 MBC 드라마 ‘여왕의 꽃’, SBS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과 경쟁한다. 주목할 점은 지난 1일 4.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는 것이다.

입소문의 힘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진정성 면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스포츠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스포츠의 특성을 온전히 반영한 데 있다.

최재형 PD 역시 “시청률이 아쉽다는 반응이 KBS에서도 나온다. 그런데 응원을 많이 해준다”며 “KBS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청춘FC’는 꾸준히 스포츠 예능을 선보이는 KBS와 ‘슛돌이’를 만든 최재형 PD의 노하우가 담긴 방송이다. 선수들의 열정과 시청자의 응원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지켜볼 만하다.

벨기에로 해외 훈련을 떠난 선수들의 이야기는 오는 8일 ‘청춘FC’ 5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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