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김태희, 누워서 연기하는게 그렇게 죽을 죄인가요?

입력 2015-08-17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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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DA:다] 김태희, 누워서 연기하는게 그렇게 죽을 죄인가요?

SBS 수목 드라마 '용팔이'의 시청률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5일 첫방송 당시 11.6%(닐슨 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는 방송 4회 만에 16.3%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최근 드라마들이 톱스타와 온갖 물량 공세를 쏟아붓고도 1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용팔이'의 상승세는 지난해 SBS 화제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까지 뛰어넘을 모양새다.

이같은 상승의 원인으로는 눈을 뗄 수 없는 빠른 전개와 이를 소화하는 남자 주인공 주원의 활약이 거론된다. 주원은 이 드라마에서 액션은 물론 뛰어난 의술을 가진 김태현으로 분해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에 반해 여자 주인공인 김태희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박한 편이다. 현재 4회까지 꾸준히 누워 있는 상태로 연기를 이어가고 있는 김태희를 두고 '출연료 도둑'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그가 다 된 드라마에 재를 뿌릴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기사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김태희에 대한 이같은 평가는 온당한 것일까. '용팔이'는 처음 시작부터 김태희를 눕히기로 작정하고 시작한 드라마다.

시놉시스를 살펴보면 '용팔이'는 '장소불문 · 환자불문' 고액의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하지 않는 실력 최고의 돌팔이 외과의사 '용팔이'가 병원에 잠들어 있는 재벌 상속녀 '잠자는 숲속의 마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고 되어 있다. 일정 분량에서 김태희가 모종의 음모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워있게 되고 이후 직접 움직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난 4회까지 김태희가 누워있게 된 것은 엄밀히 따지면 드라마 전개상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굳이 왜 김태희만 그렇게 편하게 누워서 연기하느냐고 따진다면 그 대상은 배우가 아니라 극본을 맡은 작가를 향해야 한다.

마음대로 누워 있지도 못한 채 병상에서 일어난 김태희지만 대사 한 마디도 뱉기 전에 누리꾼의 말을 빌려 "계속 누워 있으라"는 평가는 가혹하기 그지 없다. 김태희의 연기는 굳이 안 봐도 비디오라는 섣부른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김태희는 '용팔이' 제작 발표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연기력 논란에 대해 "데뷔하면서 많은 준비 없이 주인공을 맡았고 바쁘게 작품을 하게 됐다. 그래서 헛점을 보였던 것 같다"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그는 "내가 변화된 모습으로 (선입견을)깨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진 않겠지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선언했다.

이제 데뷔 15년차를 맞은 배우가 이토록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마주보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매 작품마다 마치 칼날 위에 선 듯 시험대에 오르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이런 여배우에게 제대로 된 대사 하나 떼기 전에,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보여주기도 전에 "다시 누워나 있으라"는 평가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는 커녕 그저 잔인할 따름이다. '용팔이'는 아직 많이 남았고 김태희의 연기를 지적할 기회 역시 차고 넘친다. 훗날 김태희 연기에 실망해 그를 비판하게 되더라도 지금은 선입견 없이 김태희의 연기를 지켜보려는 예의도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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