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밋빛 청사진? 넥센은 생존의 갈림길

입력 2015-08-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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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돔 야구장인 고척돔은 10월 개장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연간 80억원 이상 필요한 운영경비 등을 고려하면 서울시가 내밀고 있는 입주 조건은 넥센의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진제공|서울시

고척돔 운영권은 市…한시적 광고권만 제공
연간 운영비 80억이상…자립구단 넥센 부담


넥센은 말 많고 탈 많은 고척돔에 입성할 것인가.

결론을 말하자면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넥센은 8년간 사용하며 정든 목동구장을 내년에 비워줘야 한다. 집주인인 서울시가 강제로 회수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대한야구협회와 목동구장을 2016년부터 ‘아마야구 전용구장’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넥센은 발표 전날에서야 서울시 관계자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새 세입자를 구했으니 방을 빼라는 통보였다.

그 대신 솔깃한 제안을 하나 했다. 근사한 건물을 짓고 있으니 그곳으로 들어가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운영권을 주겠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수차례 설계가 변경되며 3000억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된 국내 최초의 돔구장 고척돔이었다.

그러나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세입자는 돈이 없는데, 집주인은 너무 많은 전세금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입주비를 낮추기 위해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또한 진전이 없다. 집주인은 요지부동이다. 집 없는 세입자는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생존투쟁’이나 다름없다.

넥센은 KBO리그에서 드문 자립형 구단이다. 모기업을 끼고 있지 않아 자립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수입원이 필요한 구단으로선 구장 운영권과 광고권이 필수불가결하다. 40억∼7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는 만큼 수입원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70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스폰서가 노력의 산물이다. 목동구장에서 비교적 저렴한 일일 임대비를 내고, 경기장 광고권을 행사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일정금액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고척돔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모든 권리를 빼앗길 처지다. 운영권 약속은 옛말이 됐다. 운영권은 서울시가 갖되, 7월말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해 2년간 한시적으로 광고권을 주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최근 방침이다.

달콤한 것 같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경기장 배너 광고는 광고수익과 전체수입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이사비용을 댈 테니,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전세비를 감당하라는 꼴이다. 고척돔 운영비로는 연간 80억원 안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도 정치 논리로 언제 어떻게 바뀔지 속단할 수 없다.

서울시는 완공이 지척에 이르자 ‘MOU(양해각서)’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넥센을 옥죄려는 속셈이다. 그러나 집 없는 구단을 볼모로 장밋빛 청사진만 그린다. 정작 실 관중과 운영비는 어떻게 될지 연구용역조차 없다. 혈세가 투입된 고척돔. 구단도 서울에 법인세를 내는 어엿한 권리 주체다. 완공을 앞둔 고척돔이 주인 없이 내년을 맞이한다면? 서울시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목동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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