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다이아, ‘너무 뻔한’ 그래서 재미있는 걸그룹

입력 2015-09-16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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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 사진|MBK엔터테인먼트

하반기 최대 기대주인 아이콘이 데뷔 싱글 '취향저격'을 내놓은 15일 자정, 또 한팀의 신인 그룹도 과감하게 데뷔 앨범을 발표했으니, MBK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다이아가 그 주인공이다.

1위 등극은 기정사실이고, 과연 언제까지 1위를 지속할 것인지가 화두인 아이콘인 만큼 신인 그룹은 물론 기성 가수들 역시 맞대결을 꺼려하는 판에 다이아는 오히려 앨범 발매일을 하루 연기까지 해가면서 아이콘과 정면대결을 펼쳤고, 결과는 지금 차트(16일 오후 1시 멜론 실시간 차트 기준)에서 보이는대로 아이콘은 1위, 다이아는 순위권밖이 됐다.

다이아가 굳이 음원 발매일을 연기한 배경이 노이즈 마케팅인지 단순히 유통사 일정에 따른 문제인지 자세한 내막은 알기 힘들지만, 이들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이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들의 데뷔앨범 'Do It Amazing'이 과연 차트에서 광속으로 탈락할 정도로 최악의 앨범이었냐고 한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법하다.

먼저 다이아의 데뷔앨범은 싱글이 아닌 정규앨범으로, 인스트루멘틀 트랙을 포함해 11곡이 수록됐다. 오리지널 버전과 중국어버전, 어쿠스틱 버전, 인스트루멘틀까지 4가지 버전으로 수록된 타이틀곡 '왠지'와 인트로 트랙인 '음악 들을래'를 제외한다고 해도 3분 이상의 런닝타임을 가진 곡이 7곡으로, 이 정도면 웬만한 미니앨범보다 큰 볼륨을 자랑한다.

트랙의 수가 명작과 망작을 나누는 기준이 될수는 없지만 적어도 '데뷔앨범'이라는 구색은 갖춰서 나온 셈이다.

그렇다면 그 내용물인 음악은 어떨까. 냉정하게 말해 다이아의 데뷔앨범 'Do It Amazing'은 전형적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만큼 너무나도 뻔뻔하게 너무나도 뻔한 음악들을 들려준다. 재미있는 건 그래서 오히려 독특하다.

타이틀곡인 '왠지'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질리도록 쏟아져 나온 걸그룹 음악과 판박이 수준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앨범 전체적으로도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사운드의 곡들로 꽉꽉 채워져있다.

여기에 미디움템포의 댄스 넘버와 발라드 넘버를 반반씩 수록한 것 역시 과거 걸그룹 앨범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홍콩에서 올로케로 진행된 '왠지'의 뮤직비디오마저 어디에선가 봤음직한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이처럼 10년도 더 전에 어디에선가 보고 들었을 법한 뻔한 음악을 내놓은 다이아지만, 중요한 건 이것을 2015년에 당당하게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식상하다고 할 정도로 흔하게 들어온 음악과 퍼포먼스이지만 다이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를 선보이고 있고, 2015년 현 시점에서 '아무도 하고 있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의외의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

혹자는 에이핑크와 비슷한 콘셉트라고 하기도 하지만, 에이핑크의 음악들은 그런 사운드적인 요소를 삽입한 것이지 다이아처럼 몽땅 가져다 쓴 것과는 경우가 다소 다르다.

그렇다보니 효린이나 씨엘, 정은지 등과 같이 가창력이나 실력적인 부분에서 일반적인 걸그룹의 수준을 넘어서는 멤버나 단연 돋보이는 미모를 지닌 센터멤버가 없다는 점도 오히려 다이아에게는 어울린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그냥그런 흔한 걸그룹 중 하나'로 치부해버리면 아무런 매력이 될 수 없는 특징들이긴 하다. 하지만 향수가 됐든, 새로운 콘셉트에 대한 식상함이 됐든, 요즘 걸그룹들에 피로감을 느낀다면, 너무나도 당연한 음악에 당연하게 춤추며 노래하는 다이아의 모습은 분명 재미있게 느껴질만 하다.

다이아, 사진|동아닷컴 DB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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