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좋아하세요?”…만화 ‘슬램덩크’가 다시 왔다

입력 2015-09-17 2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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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2000만부 팔린 명작…디지털 편집으로 25년 만에 재출간
완전판서 빠졌던 명장면 대사 코믹컷 복원, 매달 5권씩 전 31권


● 90년대 농구 열풍 진원지 ‘슬램덩크’가 왔다


소수 마니아만 좋아했던 NBA 열풍, 길거리 3대3 농구대회의 기폭제, 농구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붐을 일으켰던 주인공. 촉이 둔한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90년대 한국의 신드롬으로 자리 잡은 농구만화 ‘슬램덩크’다. 일본서 단행본 누적 판매부수 1억200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그 ‘슬램덩크’가 1990년 첫 연재를 시작한 지 25년 만에 다시 우리에게로 왔다. 새롭게 새 옷을 입고, 삭제됐던 장면과 코믹한 컷들을 모두 다시 복원했다. 새롭게 나온 ‘슬램덩크(이노우에 타케히코 지음 l 대원씨아이 펴냄)’는 90년대판의 오리지널판이다. 2001년 완전판 발매와 함께 절판된 ‘오리지널판’을 디지털 편집을 통해 명장면과 대사를 고스란히 살렸다.

당시 시대분위기 상 삭제될 수밖에 없었던 장면들과 완전판에서 빠졌던 코믹한 컷을 모두 살려 전 31권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그 첫 판 5권이 선보였다. 앞으로 매달 5권씩 발행된다. 소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5권씩 박스판 세트로 구성한 세심함을 보였다.


● “농구 좋아하세요?” 도둑처럼 찾아온 첫사랑 채소연

‘슬램덩크’를 처음 접하는 젊은이들과 하도 오래 전에 봐서 감동했던 것만 기억하는 독자를 위해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중학교 3년간 여학생에게 늘 딱지를 맞던 ‘좌충우돌’ 강백호가 고등학교에 입학해 농구를 좋아하는 여자아이 채소연을 만난다. 농구를 좋아하던 여자 아이에게 차이고 상심하던 그에게 돌연 들려온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그녀의 한 마디. 그 후 소연에게 잘 보이려고 농구를 좋아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억지로 농구부에 들었다가 결국 농구에 청춘을 불태우면서 바스켓맨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슬램덩크’는 강백호만이 아니라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 엄격한 주장 채치수, 불꽃남자 정대만,슈퍼루키 서태웅, 도내 넘버원 가드 송태섭 등 개성 강한 여러 등장인물도 함께 성장하고, 상대 팀도 적으로서만이 아닌 좋은 라이벌로 그리고 있어 스포츠가 단순히 승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 자아 정체성을 향상시키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강백호도 처음에는 소연에게 잘 보이기 위해 농구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중에는 ‘농구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게 되며, 팀 동료와도 신뢰를 쌓아 농구선수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게 된다.


● 만화의 틀을 바꿨다…시대를 앞서간 ‘슬램덩크’

‘슬램덩크’는 만화의 틀을 바꾼 혁신이었다. 만화의 역사는, 좀 과하게 말하면 ‘슬램덩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슬램덩크’ 이전엔 주인공이 강한 상대를 만나 더 발전할 수 없을 때까지 성장하고 최정상에 오르는 성공신화의 만화가 주를 이루었다. 또한 주인공과 대립하는 상대에게 감정 이입을 할 정도로의 여유는 주지 않았다. 마지막엔 모든 걸 손에 넣는 해피엔딩 식의 결말이 대부분이었다.

‘슬램덩크’는 달랐다. 아마추어 농구 선수 출신의 저자가 묘사하는 현장감 넘치는 구성, 주인공과 상대 캐릭터 모두에게 몰입할 수 있는 입체적 캐릭터, 마지막으로 농구 시합 예선에서 과감히 주인공의 1차 여정을 끝내버리는 여운 가득한 결말 등으로 기존 만화와는 차별화된 요소가 많았다. 시대를 앞서 간 것이다.

보너스 하나. ‘슬램덩크’는 일본 만화다. 그러나 캐릭터 네이밍은 일본에서 발행된 책하고는 다르다. 강백호, 서태웅, 송태섭, 정대만, 채치수, 채소연 등 한국식 이름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 그래서 더 히트를 쳤는지도 모른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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