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송강호가 14년만에 부산영화제의 ‘마이크’를 잡는 까닭은?

입력 2015-09-23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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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영화제 개막식을 진행하게 된 송강호는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진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포츠동아DB

■ 송강호, 14년만에 부산국제영화제 사회 맡은 이유


함께 사회 볼 아프칸 여배우 응원의 뜻도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개막식 진행할것”


배우 송강호가 14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영화 출연 외에는 고집스러울 만큼 다른 활동을 자제해온 그이기에 4000석 규모의 대극장 무대에 오르기로 한 선택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송강호는 10월1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리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진행한다. 6회째이던 2001년 개막식 사회를 맡고 햇수로 14년 만이다.

사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영화제 측으로부터 개막식 진행을 부탁받았지만 정중하게 거절해왔다. 영화 촬영으로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았고, 한편으로는 “말을 잘 하는 사람도 아니고, 잘 생기지도 않았는데…”라는 생각과 어색함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런 송강호가 올해는 왜 영화제의 제안에 응했을까.

먼저 ‘의리’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한 외압을 받았다는 논란을 모았다. 논란은 올해까지 이어졌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올해 영화제 지원금마저 대폭 삭감됐다. 이에 영화계는 물론 사회 각 부문의 비판이 일었다. 송강호는 “알려졌다시피 어려움을 겪은 영화제가 새롭게 출발하는 상황에서 아주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유독 올해는 ‘못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가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동안 영화제를 꾸려온 구성원들의 열정을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본 입장에서 그들의 진심을 지나치기도 어려웠다. 송강호는 8월 서울 종로의 한 극장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자신을 찾아온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마주했다. 이 위원장은 집무실이 있는 부산으로 출발하기 직전 송강호에게 개막식 진행을 마지막으로 제안하기 위해 출장가방을 든 채 한달음에 극장으로 달려온 터였다. 송강호는 “이 위원장이 마음 편히 부산으로 내려 갈 수 있도록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말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물이었다”고 했다.

개막식의 공동 진행자가 아프가니스탄의 여배우 마리나 골바하리란 사실은 송강호의 마음을 더욱 흔들었다.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에서 영화와 연기의 꿈을 키워가는 20대 여배우를 응원하고 싶다는 뜻이 강했다. 그는 “화려하지 않은, 전쟁에서 핀 꽃 같은 느낌의 배우”라며 “우리가 그녀의 열정에 주목하고 귀하게 여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마침 올해는 송강호가 연기를 시작한 지 꼭 20년이 되는 해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20회째를 맞는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송강호와 영화제가 함께 맞는 ‘20주년’이 갖는 상징성은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송강호는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진행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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