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촌 잔해로 남은 석탄길…힐링 트레킹 코스로 재탄생

입력 2015-10-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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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탄고도는 과거 산업화시대에 탄광에서 역까지 석탄을 운반하던 길로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평균 해발고도 1100m의 고원 산길 40여km에 달한다. 지난 시절엔 국토건설단의 땀과 한숨 그리고 검은 먼지를 날리며 석탄을 실은 트럭들이 오갔지만 이젠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지고 알록달록한 야생화가 지천인 호젓한 트레킹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운탄고도는 산악승마 트레일로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사진제공|하이원 리조트

■ 알록달록 단풍옷 입은 강원도 정선 ‘운탄고도’

하이원호텔부터 화절령까지 6.7km
숲 사이로 다양한 희귀 식물들 자생
완만한 경사…가족 여행지로도 OK


정상에 살짝 드리워진 구름과 그 너머로 아스라이 보이는 계곡들, 그리고 눈 아래 길게 드리워진 산자락이 시원스럽다. 가을 단풍이 무르익으면서 알록달록한 색감의 옷으로 갈아입은 능선과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전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이 곳. 바로 강원도 정선 하이원 리조트에서 만날 수 있는 ‘운탄고도’다.


● 폐광지역의 유물이 새 친환경 관광콘텐츠로

‘운탄고도’는 석탄이 난방연료와 발전 등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이던 시절, 석탄 운반을 위해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건설한 산업도로였다. 1960년 동원탄좌의 전신 ㈜원동광업이 고한 사북의 석탄개발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정부는 2000여명의 국토건설단을 동원해 해발 1100m가 넘는 고지와 능선을 잇는 길을 삽과 곡괭이로 만들었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험한 이 길을 그 시절 석탄을 가득 실은 ‘지에무시’(GMC) 트럭이 검은 먼지를 휘날리며 달렸다. 하지만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이후 탄광이 폐광되면서 산업도로의 역할을 다해 사람 발길이 뜸해졌고, 호젓해진 산길엔 희귀한 각종 고생식물이 서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때 쇠락한 폐광지역의 유물로만 여겨졌던 운탄고도가 이제는 산악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친환경 관광 콘텐츠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운탄고도는 하이원CC가 있는 하이원 호텔부터 백운산 자락 화절령 사거리까지 6.7km 구간을 가리킨다. 운탄고도를 즐기려면 하이원CC나 하이원 리조트 마운틴콘도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하이원 리조트에서 가장 높은 1340m의 마운틴탑에서 산죽길을 따라 도롱이연못으로 내려와도 운탄고도와 만날 수 있다.


● 아기자기한 길과 파노라마 절경의 조화

평균 고도 1209m인 운탄고도는 높이에 비해 코스 대부분이 경사가 완만하다. 노인이나 어린이 등 가족이 함께 거닐며 가을 풍광을 즐기기에 부담 없다. 코스 선택에 따라 가벼운 나들이 산책에서 2∼3시간 안팎의 하이킹까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너무 넓거나 좁지도 않고 숲 사이로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는 길은 걷는 즐거움 자체를 만끽하기 딱 좋다. 고산지대의 청량한 공기를 느끼며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활짝 펼쳐지는 가을 산의 절경과 마주친다. 1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는 드문 자연 연못으로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도롱이연못도 매력이다. 또한 숲 사이로 펼쳐지는 길 주변에는 구절초, 마타리, 고려엉겅퀴, 쑥부쟁이, 산국, 투구꽃 등의 강원도 고산지역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도 볼 수 있다.

강원랜드는 앞으로 운탄고도 특유의 자연풍광과 함께 길에 담긴 석탄산업의 흥망성쇠를 보고 느낄 수 있게 길 중간에 갱도와 탄차, 광부복 등 당시 용품을 전시한 시설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최근 해외 리조트들이 주목하는 산악레포츠에 착안, 말을 타고 운탄고도의 절경을 즐기는 산악승마도 11월부터 시험 실시할 예정이다.

사북 |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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