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홈런 타자 박병호 ML서는 몇 개 칠까

입력 2015-10-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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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KBO리그에서 2시즌 연속 50홈런(2014년 52개·2015년 53개)을 기록한 박병호(29·넥센)는 과연 메이저리그(ML)에서 몇 개의 홈런을 칠 수 있을까.

넥센은 “다음달 2일 KBO에 박병호의 ML 진출을 위한 포스팅(입찰제도) 공시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강정호(28·피츠버그)의 ML 진출을 도운 에이전트 옥타곤 월드와이드의 앨런 네로와 계약을 한 박병호는 그동안 차근차근 빅리그 도전을 준비해왔다. 무엇보다 한 해 먼저 ML 무대를 밟은 강정호가 올 시즌 128경기에서 15개의 홈런을 치고, 후반기 폭발적인 활약을 하며 KBO 출신 리스크를 크게 낮추면서 박병호로선 ML 진출 환경이 다소 유리해졌다.

그러나 박병호와 강정호는 다르다. 강정호는 유격수로 KBO에서 사상 처음 40홈런을 친 부분이 큰 관심을 받았다. 빅리그 진출 이후 3루와 유격수 모두 안정된 수비를 펼치며 가치를 입증했다. 유격수와 3루수가 모두 가능한 동시에 장타력을 갖춘 야수는 ML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박병호의 포지션은 거포의 땅 1루다. 아직 KBO리그 출신 홈런왕이 ML에 진출한 사례는 없다. 동양권으로 확대하면 거의 유일한 비교대상이 마쓰이 히데키(41)다. 일본의 야구 영웅인 마쓰이는 2002년 요미우리에서 홈런 50개, 타율 0.334, 107타점을 기록한 후 뉴욕 양키스와 계약해 2003년 ML에 진출했다. 빅리그 첫해 홈런 15개, 타율 0.287을 기록했다. 적응이 필요한 데뷔 시즌이었지만 수치상으로는 전혀 홈런타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OPS는 일본 마지막 시즌 1.153으로 특급 수치였지만 ML 첫해는 0.788로 떨어졌다. ML 투수들의 빠른 구속뿐 아니라 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 등 볼끝의 현란한 움직임, 그리고 극단적인 몸쪽 승부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리그 3위인 223개의 땅볼 아웃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양키스 사령탑이었던 조 토리 감독은 개막전부터 마쓰이를 5번타자로 기용하며 장타력에 기대를 모았지만 시즌 중반 “스트라이크존을 더 좁힐 필요가 있다. 더 타석에 붙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몸쪽 공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후반기 마쓰이는 장타력을 급속히 회복했다. 최종적으로 106타점을 올리며 기대감을 남겼다.

마쓰이는 2004시즌 명예회복을 다짐했고 31개의 홈런을 치며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결국 ML 무대 한 시즌 최다 홈런은 그 31개가 최고 기록이었다. 일본에서만큼 강렬함은 없었다.
마쓰이는 29세에 ML에 데뷔했다. 박병호는 ML 진출에 성공한다면 30세 시즌에 출발한다. 타자로서 평균적 신체 능력은 정점에서 내리막으로, 기술력은 더 오르막을 타는 시점이다.

마쓰이는 첫해 유명 선수와 배트를 교환하기 위해 24개를 챙겨갔지만 언어 등의 문제로 단 1개도 바꾸지 못했다. 박병호 역시 첫 번째 관건은 적응이다. 모든 메이저리그 팀이 피츠버그처럼 가족적이지도, LA 다저스처럼 자유분방하지는 않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목동보다 더 큰 구장, KBO보다 더 빠른 투수의 공에 맞춰 얼마나 효율적인 변화를 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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