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5차전을 앞두고 소집훈련이 열렸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이 패스 훈련을 하는 중 공을 차고 있다. 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축구장 목적에 맞게 운영하는지 의문”
“원정 온 느낌인데….” “중동이 훨씬 낫네!”
미얀마전(12일·수원)∼라오스전(17일·원정)으로 이어지는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5·6차전을 앞둔 축구대표팀이 훈련을 시작한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그라운드 상태는 최악이었다. 잔디가 누렇게 변색된 것은 물론이고, 가장 기본적인 평탄화를 위한 롤링작업조차 이뤄지지 않아 곳곳이 울퉁불퉁했다. 볼은 정확하지 않은 바운드로 엉뚱한 곳을 향했고, 가벼운 러닝조차 쉽지 않았다. 꼬인 잔디에 축구화 스터드가 걸리면 부상 우려도 있어 코칭스태프가 태클 등 잔디와 마찰이 많아지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지시할 정도였다. 각급 대표팀이 중동, 동남아 등 축구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인 ‘잔디 탓’이 이제는 안방에서도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도 단단히 뿔이 났다. 수원에 거주하는 박건하(44) 코치를 통해 월드컵경기장과 보조구장 상태에 대한 보고를 계속 접했지만, 막상 현장을 찾고서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누가 이곳을 선정했는지 모르지만 대표팀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여기선 그럴 수 없다. 미얀마의 수비를 뚫기 위해 짧고 간결한 패스가 필요한데, 이런 잔디는 상대에 득이 된다.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에서 축구장을 목적에 맞게 운영하는 지 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물론 미얀마전은 보조구장이 아닌 본 경기장에서 치러지지만,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상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변색된 잔디에 따로 색을 입혀야 할 정도로 부실한 관리로 지탄을 받는 곳이다. 최근에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에 타 지역보다 훨씬 비싼 대관료를 요구하면서도 경기 당일 독단적으로 경기장 내 광고를 유치하는 등 횡포를 일삼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대표팀 스태프는 “선수단이 라오스 훈련장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 이틀 전(15일) 출국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라오스와 다를 바 없다. 물론 파주 NFC도 고려했지만 이미 다른 대표팀들이 머물고 있어 숙소와 이동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씁쓸해했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