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 최문식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반복되는 실패 인사와 주먹구구식 구단 운영부터 바꿔야
또 시작됐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역시 K리그 도·시민구단이다. 최근 챌린지(2부리그) 경남FC가 각종 내홍으로 시끄럽더니 이제는 클래식(1부리그) 대전 시티즌이 심상치 않다.
대전은 지난 주말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정규리그 37라운드에서 패하며 남은 1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승격 1시즌 만에 다시 강등됐다. 침몰하는 대전을 구하기 위해 최문식 감독이 5월 지휘봉을 잡았지만 반전은 없었다. 점차 나아지는 경기력에도 불구, 끝내 강등의 아픔을 반복해야 했다.
어쩌면 아주 당연한 결과였다. 지난해 적극적인 행보로 호평을 받던 김세환 전 사장이 새 시즌을 앞두고 이런저런 정치적인 사유로 물러나면서부터 모든 실타래가 꼬였다. 수장을 잃어버린 프런트가 안정을 찾지 못한 채 뒤숭숭한 사이, 선수단은 금쪽같은 동계훈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클래식에 맞는 전력 보강 역시 결재라인의 부재로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신임 전득배 사장이 부임했으나 불필요한 잡음이 사무국 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후반기 들어 팀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으나 정상궤도로 오를 수 없었다.
그런데 대전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새다. 팀이 2016시즌 챌린지로 강등되자 기다렸다는 듯 온갖 부정적인 소문들이 난무한다. 사장 교체설, 감독 경질설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심지어 실체도, 근거도 없는 차기 사령탑 후보군까지 등장했다. 일찌감치 팀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구단-선수단이 모든 역량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주변에서의 불필요한 입김과 무책임한 책임 여론으로 소모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전 사장의 임기도 아직 반년 이상 남았고, 최 감독도 계약기간이 2년 더 남아있다. 특히 부임 6개월여 만에 팀에 감독이 원한 수준의 색채를 입히는 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구단 운영도 업무의 연속성이란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많은 K리그 관계자들은 도·시민구단들의 가장 큰 한계로 ‘전문성 결여’를 꼽는다. 아무리 프런트가 훌륭한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세우더라도 지역에서 선수단과 구단을 돌아가며 끊임없이 선장을 바꿔버리는 탓에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나마도 ‘제 사람 심어놓기’식의 비전문가들의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이라 이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철저한 책임의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2003시즌 K리그 시민구단 최초로 관중 1위를 달성한 대전이 발전은커녕, 점점 뒷걸음질치는 것도 그래서다. 전북현대가 비수도권 구단의 뚜렷한 한계를 딛고 성적과 관중,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이 과거 10년간 꾸준히 기둥 역할을 하며 의기투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형 구단 전북이 시민구단 대전과 환경이 같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전북은 기다림의 미덕을 발휘해왔고 지금에 이르렀다. 전북은 10년 주기 비전을 성공리에 달성한데 이어 내년부터 5년 주기 2차 마스터플랜 과제에 돌입했다.
“감독 교체든, 사장 교체든 모든 결정은 대전시의 몫이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시점에 누가 오더라도 새 판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점이다. 주먹구구식 구단·선수단 운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은 구태가 반복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지겹다”는 것이 현장의 분명한 목소리다. 언제든 잘못을 할 수 있지만,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는 건 직무유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