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헬로비전 인수? 통신판 바뀌어야 생존
“지금 통신 산업은 위기다.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 시장을 이끌겠다.”
장동현(사진) SK텔레콤 사장은 7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한 중식당에서 출입기자 송년모임을 갖고 올 한해를 돌아본 뒤 향후 방향성을 제시했다. 장 사장은 “올해는 이동통신 점유율 50% 붕괴와 단독 영업정지 등 아픈 일이 많았으며, 매출하락 등 전체 산업면에서도 위기감을 갖게 된 한해였다”며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동안의 좋지 않은 관행을 많이 없애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도 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어렵겠지만 변화나 진화에 주도적으로 나서 시장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 “새로운 변화 두려워 않을 것”
장 사장은 올해를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한편으론 안정된 시장 내에서 지원금 등 마케팅이 아닌 상품·서비스 경쟁을 해볼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 한해로 평가했다. 해지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루나폰을 통해 단말기를 소싱하는 방법을 바꾸는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또 올 4월 발표한 ‘차세대 플랫폼’ 전략에 따라 신규 사업 각 영역에서 가능성의 씨를 뿌렸고, 미래 퀀텀 점프의 기반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장 사장은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향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리곤 ‘싸이월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장 사장은 “과거 싸이월드는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후발 주자인 ‘마이 스페이스’나 ‘페이스북’의 진화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기존 방식을 고수해 결국 경쟁에 뒤처졌다”며 “향후 새 비즈니스 영역에선 먼저 치고 나갔을 때 어려움이 충분히 예견되고 또 그 과실이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뒤처지는 것 보다는 앞서 나가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변화나 진화에 관해선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도적으로 도전해 나간다는 얘기다.
● “각자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에 대한 뒷얘기도 털어놨다. SK텔레콤은 그 이전에도 다양한 사업자와 통상적인 선에서 얘기를 나눠왔으나, 그 중 가장 합리적인 수준의 요구를 한 CJ와 손을 잡게 됐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각자 잘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에 공감했고, 빠르게 인수가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합병법인의 방향성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이 잘 하는 가입자 관리와 가입자가 잘 쓰는 콘텐츠를 잘 배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장 사장은 “콘텐츠를 본업으로 하는 방송사 등의 역할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일이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의 반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앞으로 통신판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사장은 “우리도 KT와 KTF의 합병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미래를 우선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잘하는 부분이 각기 다르니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투자 유발 등의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