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서 멜로·로맨스 장르가 사라지는 이유

입력 2015-12-24 0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뷰티인사이드’ 주인공 한효주. 사진제공|용필름

흥행 저조로 투자·제작사 관심 멀어져
멜로 다룰 작가·감독과 인프라도 부족

‘멜로영화가 없다?’

여배우가 비교적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장르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일까. 벌써 몇 년째 반복돼 온 멜로영화 ‘기근’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김하늘의 ‘나를 잊지 말아요’와 문채원의 ‘그날의 분위기’는 반갑기까지 하다.

여배우 중심의 멜로 혹은 로맨스영화가 사라져가는 한국영화의 시장 상황은 한편으로 그 자체적인 취약점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징표로 읽을 수 있다. 범죄액션이나 스릴러, 사극에 비해 규모 면에서 크게 흥행하지 않았던 멜로영화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수익률’을 따졌을 때, 투자사나 제작사 입장에서 크게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23일 기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흥행 상위 20위를 살피면, 멜로 및 로맨스 영화는 단 세 편뿐이다. 한효주의 ‘뷰티인사이드’(205만)와 ‘쎄시봉’(171만)이 각각 14위와 17위에 올라 있고, 문채원의 ‘오늘의 연애’(189만)가 16위를 지켰을 뿐이다.

때문에 멜로영화는 치열한 배급 경쟁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날의 분위기’는 당초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중순 개봉을 고려했지만 블록버스터 ‘히말라야’ ‘대호’와 겹치는 바람에 공개 시기를 미뤘다. 전도연 주연의 ‘남과 여’ 역시 후반작업까지 마쳤지만 아직 개봉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한편으로 멜로영화는 만들기 어려운 장르로도 꼽힌다. 남녀의 미묘한 감정을 다루는 만큼 작품을 완성하는 데까지 제작진의 상당한 내공이 요구된다. 하지만 한국영화에서는 이를 표현해낼 만한 참신한 기획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충무로 관계자들은 말한다. 여배우 중심의 멜로가 사라지는 또 다른 이유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 시나리오는 주로 감독들이 직접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비교적 남성 감독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액션이나 스릴러에 비해 멜로를 섬세하게 그려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멜로의 감성을 그릴 만한 작가군의 부재가 남성 중심의 액션이나 스릴러 집중화를 불러오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멜로영화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11월 초 10년 만에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은 원년보다 두 배 더 많은 31만명을 모았다. 최근 재개봉한 또 다른 멜로영화 ‘러브 액츄얼리’ 역시 다양성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