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배우다!④] “男배우 영화 편중이 여배우 활약 막는다”

입력 2015-12-3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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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배우다|영화제작자 20인 설문조사

“화려하게 보이는 이면에서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없다. 공주처럼 보여야 하니까. 예뻐야 하니까.”

1970년대 ‘고교얄개’ 시리즈 등으로 발랄하고 깜찍한 이미지를 발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배우 강주희. 이제는 은퇴한 그가 2009년 여배우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본 SBS 스페셜 ‘여우비(女優悲)’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일반적 편견의 뒤에 감춰진 여배우들의 아픔이다.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이미지가 소비되길 원하는 그들의 욕망은 아닐까.

여배우! 그들은 “(작품 혹은 배역을)선택받아야 선택할 수 있다”(엄지원, 위 다큐멘터리)고 말한다. 남성중심적 사회와 남성이 주도하는 문화적 환경 안에서 그들의 설 자리는 여전히 작아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런 징후는 더욱 뚜렷해졌다. 다양한 한국영화의 한 축을 든든히 책임져야 할 여배우의 존재감은 남성 위주 영화의 강세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스포츠동아가 20인의 영화제작자들에게 그 원인과 대안을 물었다. 이들이 꼽은 역대 가장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준 여배우와 내년의 유망주는 이 시대 여배우들의 또 다른 희망일 터이다. 여배우! 파이팅!


■ 여배우 활동 저조한 원인과 도약의 조건

여배우가 실력을 펼칠 마당이 없다. 지나치게 남자배우 위주인 영화 제작 환경, 그 심각성에 영화제작자들 역시 공감하고 있다.

‘한국영화에서 여배우의 활동이 저조한 이유’에 대한 영화제작자 20명의 의견은 하나로 모아졌다. ‘남자배우 위주의 장르 및 기획 편중’(16명·복수응답)이다. 스릴러를 비롯해 범죄, 액션에 집중된 제작 환경이 여배우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의견이다.

영화 ‘제보자’를 제작한 영화사 수박의 신범수 대표는 “영화시장이 점차 산업화되면서 상업성이 보장된 액션 대작이 늘었고, 이들은 주로 남자 배우를 주연으로 한다”고 짚었다. 또한 ‘여배우 주연 영화에 대한 낮은 흥행 기대치’(9명)도 여배우의 활동을 움츠러들게 한다. 여배우가 이끄는 영화는, 제작은 물론 투자에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현장 목소리’다.

그렇다면 제작자들은 ‘여배우의 뚜렷한 약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을까. ‘연기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배우의 적극적인 도전’(10명), ‘스릴러 및 범죄액션 등 남자배우 위주 기획에 치우친 제작환경의 변화’(9명)를 꼽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고아성 주연의 ‘오피스’를 제작한 영화사 꽃의 최윤진 대표는 “여배우가 중심인 시나리오를 기획해도, 투자의 어려움 탓에 실제 제작은 어려운 환경”이라고 밝혔다. 영화사 동물의왕국 임성원 대표는 “훌륭한 여배우는 충분하다”며 “다만 여배우를 공격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여배우 활동을 제약하는 외적, 내적 상황은 멜로와 로맨스영화의 부진으로도 이어진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29일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영화로 만드는 최종 결정자인 투자사나 제작사가 남자배우 위주의 작품에 치중한 탓에 여배우의 매력이 가장 집약되는 멜로가 사라진다”고 짚었다.


● 설문응답 영화제작자 명단(가나다순)

권영락 (씨네락픽쳐스), 김무령 (반짝반짝영화사), 김성우 (다이스필름), 김장욱 (펀치볼), 김태영 (인디컴미디어), 김현택 (M2컬쳐), 김효정 (필름라인), 나경찬 (인벤트스톤), 신범수 (영화사 수박), 안동규 (두타연) , 안수현 (케이퍼필름), 안은미 (폴룩스픽쳐스), 이유진 (영화사 집), 임성원 (동물의왕국), 정태진 (모인그룹), 주필호 (주피터필름), 조선묵 (활동사진), 최낙권 (초이스컷픽쳐스), 최윤진 (영화사 꽃), 최선중 (로드픽쳐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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