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김인식 감독 “국내 투수들, 160km던질 체력 만들어라”

입력 2016-01-01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가 2016년 새해를 맞아 한국야구의 ‘진짜 어른’ 김인식 감독에게 한국야구의 길을 물었다. 김 감독이 28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국민 감독 김인식’에게 한국야구의 길을 묻다


1. ML 진출? 미래 위해선 바람직한 일이야
2. 몸값 거품? 이익 나야 많이 줄수 있는 건데…
3. 도덕적 파탄? 인성교육 반복해서 해야 돼
4. 통계 무장한 프런트? 감독만큼 야구 알아?
5. 인화(人和)? 선배가 길을 가르쳐 줘야지
6. 경쟁력? 국내투수들의 성장이 가장 걱정
7. 애국심? 국가 없으면 야구도 필요 없잖아


‘겪어야 진짜.’ 일본 출신 세계적 사진가 후지와라 신야의 책 제목이다. 그를 두고 사람들은 ‘어른의 어른’이라고 말한다. 어른의 권위는 자발적 존경에서 나오는 법이다. 당위가 아니라 호감을 통해 사람은 진정으로 움직이는 법이다. 김인식(69) 감독의 인생여정이 그랬다. 김 감독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뭉쳐서 ‘국민감독’이 완성된 것이다. 지금 한국야구가 호황에 도취된 와중에, 소수의 ‘눈을 뜬 자들’은 “위기”를 논한다. 한국야구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진짜 어른’의 통찰을 경청하고 싶었다.


● 화두 1=KBO리그의 선수 유출 어떻게 봐야 할까?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등의 메이저리그(ML) 입성은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한편으로 KBO리그를 생각하면 가속화된 스타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바람직한 일이라고 봐야지.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둔 선수들이 그런 목표를 가지고 야구를 할 수 있지 않겠나?”


-흥행력을 갖춘 선수들이 해외로 떠나니 당장 2016년 KBO리그 관중이 걱정되네요.

“물론 흥행에 문제가 있을 거야. ML로 팬들의 눈이 쏠릴 수 있어. 그러나 전체와 미래를 생각해야지. 지금 박병호, 김현수만 나갔지만 앞으로 더 많아질 수 있어. 그동안 국가대표를 뽑을 때 한국이 한 팀을 만들면 일본이 네 팀을 만들 수 있었어. (그런데 이렇게 해외로 나가고 국내에서 선수들이 성장해 그 자리를 메우는 순환이 생기면) 한국도 앞으로 대표팀 수준을 2개, 더 나아가 3개를 만들 수 있겠지. 장기적으로 수준 있는 선수 폭이 넓어질 수 있어.”


-당장은 KBO가 노력해도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겠네요?

“어쩔 수 없지. 밑에서 박병호, 김현수 같은 선수들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거야. 단, 시간이 걸릴 뿐 (새로운 별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KBO리그) 수준이 괜찮아질 거라고 봐.”


-결국 육성, 저변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겠군요.

“과거에 비해 유소년야구가 많아진 것은 틀림없어. 다만 장래성 있는 선수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프로까지 오는 과정에서 이탈하는 이유를 체크해야 돼.”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 아마추어야구에 지금 불미스러운 일이 터졌는데, 결국은 학부모 손에서 대부분의 돈이 나오는 구조에서 비롯된 거야. 이런 것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가장 커. 그 다음은 나를 비롯해 지도자가 바르게 가르쳐야 되겠지. 야구기술뿐만 아니라 인성교육까지. 이 두 가지야.”


● 화두 2=KBO리그 몸값 거품, 도덕적 파탄을 어떻게 봐야 할까?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벼락부자가 속속 탄생합니다. 반면 구단 경영은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구단 스스로가 만든 일이야. 후배들이 돈 많이 받은 것은 좋은 일이지. 다만 이익이 남아야 많이 줄 수 있는 것인데…. 자체적으로 구단이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모기업에서 다 대줄 수 있을까? 프로스포츠는 잘하는 선수가 많이 받아야 돼. (실력에 따른 차등이 아니라 기계적 균등을 주장하면) 프로가 아니야. 살 수 있을 정도는 주되, (물질적) 고통을 받아야 선수는 성장해.”


-고액연봉에 비해 일부 선수들의 의식이 못 따라가 지탄의 대상이 됩니다.

“교육이 중요해. 입단 때, 시즌 초 잠깐 하는 게 아니라 반복적으로 해야 돼. 교육은 반복이야. 야구도 왜 계속 연습하겠어? 몸이 기억할 때까지 하는 거잖아. 결국 야구교육뿐 아니라 인성교육도 같은 이치야.”

“한국야구 국제경쟁력 유지하려면 제대로 된 대표팀 3개 팀은 돼야지”


-삼성 일부 선수의 해외도박 사건의 충격파가 컸습니다. 고액연봉 선수들의 일탈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선수는 ‘현역생활이 짧다’고 생각해야 돼.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 이 생각만 하면 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고, 인생은 길어. 100세 시대야(웃음). 그런데 야구하는 것은 몇 년이야?학생야구는 야구가 아니야. 프로로 와서 돈을 벌 때부터가 진짜야구야. 그걸로 일생을 살아야 돼. 그러니 ‘최선을 다해 벌어서일생을 산다’, 이렇게 생각하면 허투루 쓰겠나? 이것도 교육이야. 반복해서 얘기해줘야 해.”


-FA 몸값 폭등을 잡기 위해 용병선수 증가가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늘리는 건 반대야. 지금이 적당하지 않나? 늘리면 또 마찬가지야. 외국인선수 몸값도 뛰어. 미국과 달리 우리는 모기업에서 자본이 내려오고, 사장·단장이 계속 바뀌는 것이 근본적인 거야.사장이 왔어. ‘성적을 내야 돼, 써, 책임질게.’ 이러니까 몸값이 안 잡히는 거야.”


-히어로즈는 어떻게 보세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생존을 하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봐야지. 히어로즈처럼 다른 구단도 자립하려면 정치가 도와야 돼. 지자체에서 야구장 사용료, 광고권 이런 것들을 안 도와주면 흑자가 날 수 없어.”


-일부 지자체의 관점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야구단을 왜 국민혈세로 도와줘야 되느냐’는 논리인 것 같아요.

“이해를 시켜야지. 제일 급선무가 그거야. 거기가 풀려야 자립이 되고, 선수들의 처우도 올라갈 수 있어.”


-삼성 야구단의 미래는 어떻게 보세요?

“저렇게 가면 과거 삼성처럼은 안 될 것 같긴 한데 두고 봐야지(웃음).”


-류중일 감독이 답답할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거 없지. (감독은) 형편대로 사는 거지(웃음).”


● 화두 3=감독이란 무엇인가?

-감독은 프런트랑 어떻게 지내는 게 정답일까요?


“굉장히 어려워. 특히 한국 시스템에선 더욱 어렵지.”


-현대야구는 갈수록 통계로 무장한 프런트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보 같은 짓이야. 야구 감독 수준이 되고나서 해야지. 미국처럼 단장이 모든 책임을 진다면 맞는 얘기겠는데, 성적이 안날 땐 (프런트는) 빠지지 않나? 현장에 책임을 지우고. 아직까지 진정한 프로는 아니지.”


-장수 감독의 덕목은 무엇일까요?

“프런트 일은 프런트가 하고, 야구장 일은 감독이 하고. 아무래도 성적도 나야 하고. 성적에 비해서 나는 오래한 것 아닌가?(웃음). 현대야구는 프런트에서 좋은 선수 모아주니까 감독은 야구만 하면 되니 편해진 거 아니야?(웃음) 자기 분야라는 것이 있어. 현장 감독이나 프런트나 자기가 아는 한계가 있어. 자기는 다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바깥이 있음을 늘 생각해야 돼.”


-오랜 시간 큰 승부에서 숱하게 살아남으셨는데, 승리의 비결을 하나만 꼽아주신다면요?

“선수가 좋으면 돼(웃음).”


-선수가 좋아도 구성원들이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되잖아요?

“100게임 이상 가려면 무조건 선수가 좋아야 돼. 다만 장기레이스 안에서도 ‘반드시 잡아야 될 경기’나 포스트시즌은 감독의 역량이 굉장히 큰 부분이 있어. 선수가 좋으면 감독이 실수가 있어도 커버가 돼. 팀이 약하면 감독의 실수가 크게 보이고. 감독은 ‘선수 보는눈이 정확하고, 순간적인 판단력이 있어야 하고,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가슴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되는 것 같은데. 참 힘들어(웃음). 감독은 그렇게 되려고 애를 쓰는 것이 필요해.”


-인화(人和)라는 말, 좋아하시잖아요? 그 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서로 믿음과 신뢰가 쌓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 회사도 똑같을 거야. 능력있는 선배가 후배들한테 ‘왜 안돼?’라고만하면 후배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서운할 거 아냐? 선배는 가는 길만 가르쳐주면 돼. 너무 많이 아는 것도 싫은 거야. 듣는 사람이 거부반응이 일어나거든. 결국 사람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지. ‘어떻게 하겠다’보다 상대방에게 진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진짜 이 리더가 나를 생각해주는구나’ 그런 마음이 들도록 하면 그 조직은 돌아가.”


● 화두 4=한국야구의 국제경쟁력을 말하다!

-‘프리미어 12’에서 우승했지만 한국이 세계 1위 야구국가라고 말할 순 없겠지요?


“우리는 150km대 초반만 던져도 굉장하다고 하잖아. 그런데 프리미어 12에 가보니 150km 던지는 투수가 다 있더라고. 일본의 오타니는 160km까지 나오고. 그렇게 던질 수 있는 기초체력을 만들어야 돼.”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제에 찬성하시죠?

“나도 현역 감독을 맡으며 해봤는데 부담이 너무 많아. 자기 팀도 봐야 하고, 국제대회 성적도 내야지. 다 거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다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내년 3월입니다.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 3∼4월에는 얘기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한국야구가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무엇이 절실할까요?

“타격은 어느 정도 되더라고. 투수도 짧게 끊어 쓰면 요행히 되는데, 근본적인 것은 아니야. 국내리그 투수가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걱정이야. 지난해 144경기로 시즌을 처음 해봤는데 외국인 2명, 국내선수 3명으로 로테이션을 짜더라고. 그런데 한 달 지나니까 절반 이상팀의 선발진이 허물어지더라고. 팀마다 투수가 35명 이상인데 3명을 못 만드나? 이것은 가르치는 지도자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도 들어.”


-국제대회에선 애국심 강조하시잖아요? 추상적인 얘기일 수도 있는데요.


“선수들한테 ‘애국심 가져라’ 이렇게 얘기 안 해. 다만 선수들한테 물어봐. ‘경기 전에 외국에서 국기가 나오고 애국가가 나오면 마음 속에 아무 반응도 없냐’ 하고. ‘나는 때로 울컥하더라’고 하니까 선수들도 그렇대. 그게 국가관이야. 그런 느낌이 있어야 ‘KOREA’라는 마크와 태극기를 국가대표 유니폼에 붙이고 나가는 이유를 알지. 국가가 없으면 야구가 무슨 필요가 있겠어?”


● 김인식 감독은?

▲생년월일=1947년 5월 1일
▲출신교=돈암초∼배문중∼배문고
▲선수 경력=1965년 크라운 맥주∼1969년 한일은행
▲지도자 경력=1973년 배문고 감독∼1978년 상문고 감독∼1982년 동국대 감독∼1986년 해태 수석코치∼1990년 쌍방울 감독∼1995년 두산 감독∼2004년 한화 감독
▲기타 경력=2009년 한화 고문∼2010년 일구회 부회장∼2010년 KBO 규칙위원장 및 기술위원장(∼현재)
▲프로 감독 통산 성적=2057경기 980승45무1032패(승률 0.487)
▲프로 우승 경력=한국시리즈 2회(1995·2001년)
▲국제대회 경력=2000년 시드니올림픽 야구국가대표팀 코치(동메달)∼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금메달)∼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감독(4강)∼2009년 제2회 WBC 국가대표팀 감독(준우승)∼2015년 제1회 WBSC 프리미어 12 야구국가대표팀 감독(금메달)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