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대통령’ 허재 전 KCC 감독(오른쪽)과 ‘KBL의 떠오르는 별’ 허웅(동부). 허 전 감독의 후배로, 허웅의 선배로 두 사람과 각각 코트에서 함께 땀을 흘린 김주성(동부)은 “역시 피는 못 속인다”며 ‘농구부자(父子)’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봤다. 사진|스포츠동아DB·KBL
■ 허재-허웅 부자와 같은 팀으로 뛴 김주성…그가 인정한 놀라운 농구 DNA
“승부에 대한 집중력이 엄청났던 허재 형
허웅도 센스·승부욕 대단…피는 못 속여”
허재(51) 전 KCC 감독은 선수시절 ‘한국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폭발적인 득점력에 화려한 기술, 여기에 드라마틱한 투혼까지 발휘하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슈퍼스타였다. 최근 남자프로농구에선 허 전 감독을 쏙 빼닮은 큰 아들 허웅(23·동부)이 팬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허웅이 올 시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동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자 허재-허웅 부자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동부 김주성. 스포츠동아DB
허재-허웅 부자 모두와 ‘팀 동료’로 지낸 경험이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동부의 중심인 김주성(37·사진)이다. 그는 허 감독의 14년 후배인 동시에 허웅의 14년 선배다. 허재-허웅 부자의 정확히 가운데를 관통한다.
● 뭐든 ‘확실하게’ 했던 허재
김주성은 2002년 KBL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동부의 전신인 TG삼보에 입단했다. 당시 TG삼보 최고참이 바로 허 전 감독이었다. 선수생활의 말년을 보내고 있던 허 전 감독은 김주성의 입단을 누구보다 반겼다. 팀 전력을 한순간에 높일 ‘우승의 열쇠’였기 때문이다.
김주성은 “허재 형은 한국농구의 전설과도 같은 분이라 신인이었던 내가 처음에 대하기가 어려웠다. 형이 먼저 ‘임마, 그냥 형이라고 해’라고 편하게 대해주셨다”라고 회상했다. 허 전 감독은 중앙대 후배이기도 한 김주성을 많이 아꼈다. 수시로 술자리를 마련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주성은 “그 때는 (선수단 숙소로) 아파트 생활을 했던 데다 자유로운 편이어서 선수들끼리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허재 형은 야식을 먹을 때 술을 한 잔씩 기울이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허재 형은 선수 때 매일 술을 드셨지만, 운동할 때는 확실히 했다. 꼬박꼬막 아침마다 웨이트를 한 뒤에 사우나를 했다.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에선 엄청난 집중력과 승부욕을 불태웠다. 2003년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이 기억난다. 초반에 우리가 크게 뒤지고 있었는데, 내가 몸을 날려 잡을 수 있는 볼인데도 몸을 날리지 않으니 허재 형이 ‘이렇게 그냥 질 거야? 그렇게 해서 우승을 어떻게 할래’라고 크게 나무랐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결국 그 경기를 역전해서 이겼고(83-75), 챔프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우승은 허 전 감독의 선수생활 마지막 우승이기도 했다.
● 피는 못 속이는 허웅
2014년 KBL 신인드래프트가 펼쳐진 9월 30일. 김주성은 오랜만에 허 전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허웅이 드래프트에서 5순위로 동부의 부름을 받은 날이었다. 허 전 감독은 김주성에게 “(허)웅이 좀 잘 부탁한다. 좋은 말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허웅은 아버지와 한 팀에서 뛰었던 김주성을 어린 시절부터 ‘삼촌’이라고 불렀다. 허웅은 동부에 합류한 뒤에도 김주성을 한동안 ‘삼촌’으로 불렀다. 김주성은 허웅에게 “삼촌이 뭐냐, 그냥 형이라고 불러”라고 말했다. 14년 전 허 감독이 김주성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김주성은 “한 번은 웅이가 잡을 수 있는 볼인데 몸을 날리지 않더라. 더 적극적으로 하라면서 웅이를 혼냈다. 그 순간 허재 형이 날 혼냈던 때가 떠올랐다”며 웃었다.
김주성은 “아직 기량 면에선 웅이가 허재 형에 비교될 수 없겠지만, 순간적인 센스나 승부욕, 승부처에서 뭔가 해보려는 번뜩임은 아빠를 쏙 빼닮았다. 피는 못 속인다. 웅이도 허재 형처럼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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