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심은경. 동아닷컴DB
‘써니’부터 ‘수상한 그녀’까지 스크린에서 높은 흥행 타율을 자랑한 덕분에 ‘흥행퀸’이라는 기분 좋은 타이틀을 지닌 심은경이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재능을 드러낼 저예산 독립영화부터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여러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 로봇 목소리 연기가 단연 눈에 띈다.
심은경은 27일 개봉하는 ‘로봇, 소리’(제작 영화사좋은날)에서 지구에 불시착한 인공위성 로봇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이성민과 더불어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이지만 얼굴 한 번 나오지 않은 채 오직 목소리로만 관객과 만난다.
한국영화에서 만나기 어려운, 그래서 조금은 낯선 주인공 로봇은 심은경과 만나 입체적인 매력을 더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영화 제안이 가뜩이나 많은데도 ‘로봇, 소리’의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꼭 참여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는” 심은경은 무려 10시간 동안 이어진 목소리 녹음을 흔들림 없이 소화해 제작진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연출자 이호재 감독은 “로봇의 목소리는 단순하고 일정한 톤이 아닌, 각 상황에 맞춘 미세한 연기가 필요했다”며 “심은경이 수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고 밝혔다.
주인공 이성민 역시 “배우가 가진 생각으로 목소리의 톤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심은경의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고 거들었다.
심은경의 도전은 독립영화 ‘걷기왕’(감독 백승화·제작 인디스토리)로 이어진다.
“그동안 기회가 없어서 출연하지 못했을 뿐, 관심이 많았던 분야”라고 밝힌 독립영화 제안에 흔쾌히 응해 3월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영화는 선천적 멀미증후군으로 왕복 4시간을 걸어 통학하는 여고생 만복이 우연히 경보를 시작하며 겪는 일을 담는다.
심은경은 “만복이 가진 엉뚱한 모습이 실제 나와 많이 닮아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겠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섬뜩한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관객과 만날 준비도 마쳤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서울역’이다.
아비규환이 된 도시를 그린 작품으로, 심은경은 류승룡 이준과 더불어 등장인물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책임을 맡았다.
이색 도전에 잇따라 나서는 심은경이지만 대중과 친근하게 만날 만한 상업영화 활동 역시 놓치지 않는다.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 ‘궁합’(감독 홍창표·제작 주피터필름)이 대표적이다. 주어진 삶을 거부하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조선의 공주 역을 맡아 이승기와 호흡을 맞췄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