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선수생활로 다소 거칠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은 여린 남자다. 현주엽은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친근한 매력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머슴아들 등 예능프로그램 3개 고정 출연
운동보다 더 힘들지만 새로운 경험에 재미
TV 나오니 아이들도 좋아해…아내도 응원
“운동과 달리 힘들지만 재밌다.”
1990년대 초중반 ‘농구대잔치’의 최고 스타로 활약했고, 2009년까지 현역으로 코트를 누볐던 현주엽(41)이 아직은 낯선 방송가에서 활동하며 1년 만에 예능프로그램의 재미에 푹 빠졌다. “TV를 보지 않던” 그가 현재 MBC ‘위대한 유산’, 종합편성채널 채널A ‘개밥 주는 남자’와 ‘부르면 갑니다, 머슴아들’ 총 3개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프로농구 해설가로도 활약하며 24시간도 부족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해설가로 나서기까지도 망설일 만큼 방송인으로 얼굴을 내비치기까지에는 고민이 많았다. 심한 낯가림과 성격 탓이다. 선수 시절 “모르는 사람과는 밥을 먹지 않”고,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라면 “다른 사람과 말을 섞지 않았다”. ‘예의 없다’는 주변의 빈축은 당연했다.
어느 순간, 그러면 안 된다는 스스로 깨달음에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고자 결심했다. 그리고 이제는 코트 위에서 뿜어낸 카리스마를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매력으로 변화시켜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운동은 정해진 시간 동안만 하면 쉴 수 있는데, 이 쪽(방송)은 그렇지 않다. 힘들다. 하지만 전혀 다른 분야 활동이 주는 새로운 경험이 굉장히 재밌다. 또 TV에 나오는 모습을 아이들이 좋아하니 아내도 많이 응원해준다.”
그의 프로그램은 모두 체력과 벌이는 싸움이기도 하다. ‘개밥 주는 남자’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두 아들 준욱과 준희를 돌봐야 하고, ‘머슴아들’은 시골 노인들의 집을 지어야 한다. 그만큼 몸을 써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운동으로 몸을 단련시킨 그였지만 육체노동이 가져다주는 힘겨움은 여느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얻는 것도 있다. “집주인이 될 할머님들이 기뻐하시니 뿌듯하다”고 웃으며 “머슴살이하면서 배가 많이 들어가 곧 현역선수의 몸이 될 것 같다. 집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나마 ‘개밥 주는 남자’는 고생이 덜하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 카메라가 집안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방송이란 감각에 크게 개의치 않고 좋아하는 강아지와 “물고 빠는” 아들들과 살갑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는 한편으로는 아내와 아이들이 TV에 노출되는 것이 걱정스러운, 평범한 아빠이다.
“아이들이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는 않았지만, 동물과 지내면서 또 다른 의미의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하는 것 같다. 특히 둘째 아이가 (강아지를)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해 많이 애를 먹었는데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강아지 키우길 잘 생각한 것 같다.”
현주엽은 여전히 농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MBC스포츠플러스 농구 해설위원이기도 한 그는 “제가 오래 해왔고, 잘 하고, 잘 할 수 있고, 많이 아는 게 농구”라며 “저를 통해 대중이 농구에 대한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가능하다면 농구 관련 일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런 아빠를 바라보며 아이들은 말했다. “아빠 힘드니까 일 많이 하지 마. 우리와 놀 시간도 없고.” 현주엽은 “아빠가 나갔다 와야 장난감이 생겨” 답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아빠 일 열심히 해!”라고 외쳤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현관을 나서는 순간, 현주엽의 가슴으로 벅찬 감정이 밀려들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