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2016시즌 사직구장 티켓 가격을 동결하고, 야구장 시설보수에 31억원을 직접 투자하는 등 팬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사직구장의 전경. 스포츠동아DB
‘당장 손해보더라도 팬 잡겠다’ 의지
롯데가 달라진 징표를 단순히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에게 거금을 안겨준 것이나, 연봉협상에서 후하게 인심을 쓴 것으로 재단하면 곤란하다. 과거 롯데도 이런 일들은 했다. 진정한 변화의 핵심은 ‘팬들에게 돌려주려는’ 마음이 읽히는 지점이다.
롯데 프런트가 2016시즌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Fan First‘가 번지르르한 구호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액션으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는 2016시즌 사직구장 티켓 가격을 전 좌석 동결했다. 2014시즌 이후 3년 연속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2012시즌까지 5년 연속 100만 관중을 돌파했던 롯데다. 그러나 최근 3년 관중은 연평균 80만명 안팎 수준이었다. 사직구장의 객단가가 꼴찌인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주말요금에 10%라도 할증을 붙이는 것을 고려할 법했지만, 그 유혹을 뿌리쳤다. “지난 3년간 팬들을 볼 면목이 없어서…”라는 롯데 관계자의 말 속에선 어떻게든 부산 민심을 되돌리고픈 절박함이 묻어났다.
롯데는 2016시즌을 앞두고 사직구장 조명탑(20억원)과 화장실(8억원), 야구장 흙(3억원)을 교체하는 데 총 31억원을 투입한다. 원래 이 일은 야구장의 주인인 부산시가 해야 할 의무인데,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에 롯데가 쾌적한 관람과 최적의 경기력을 위해 지출을 감행하기로 결단했다. 롯데 최규덕 홍보팀장은 “노후화된 사직구장을 더 이상 둘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올해로 야구장 위·수탁 계약이 종료되는데, 부산시가 향후 재계약 협상 시 이런 롯데의 노력을 평가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과거 롯데 야구단의 노선은 흑자추구 또는 적자감소에 방점이 찍혔다. 최대한 모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뜻은 가상했으나, 프런트 수뇌부가 비용절감에만 목을 매달다보니 팬 서비스는 소홀해졌고 ‘인색하다’는 이미지가 뇌리에 박혔다. 성적마저 떨어지자 팬들은 가차 없이 등을 돌려 ‘응징’했다.
현재 롯데 프런트의 지향성은 그동안 롯데가 경시했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있다.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통 크게 야구단의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다. 야구단이 모기업에 도움이 되는 길은 돈을 덜 써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팬층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담겨있다. 사람이 모이면 돈은 따라온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