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로저스. 스포츠동아DB
일본 구단과 경쟁 붙은 선수는 몸값 폭등
넥센·SK ‘저비용 고효율’ 전략과 대조적
KBO는 2014년 1월부터 외국인선수의 몸값 상한선(30만달러)을 폐지했다. ‘총액 30만달러에 계약했다’는 천편일률적인 공식 발표가 사라졌다. 이는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연봉 총액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현재(24일 기준) 계약을 마친 외국인선수 28명의 연봉 총액은 2464만달러(약 2955억원). 2015시즌 31명의 총액 2068만달러를 벌써 넘어섰다.
올해 KBO리그 외국인선수 최고 몸값의 주인공은 현재 에스밀 로저스(한화·190만달러·사진)다. 2위는 헥터 노에시(KIA·170만달러), 3위는 에릭 테임즈(NC·150만 달러)다. 로저스, 노에시, 테임즈를 비롯해 윌린 로사리오(한화·130만달러), 더스틴 니퍼트(두산), 조쉬 린드블럼(롯데·이상 120만달러)까지 6명이 100만달러 이상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니퍼트가 150만달러, 테임즈와 찰리 쉬렉(NC), 잭 한나한(LG)이 각각 100만달러씩을 받았다.
여기서 올해 한화의 ‘통 큰’ 행보가 주목을 끈다. 올해 로저스, 로사리오 2명에게만 320만달러를 썼다. 외국인선수 구성을 마치면 400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2명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이미 용병 1인당 평균 연봉 100만달러를 넘겼다. KIA(330만달러)를 제외하면 외국인 3명을 계약한 팀보다 2명의 몸값 합계가 더 많다.
이름값 높은 일부 선수들은 일본 구단과 경쟁이 붙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한다. 축소 발표도 비일비재하다. 에이전트와 구단의 발표 금액이 다른 경우도 발생한다. 지난해 한화가 로저스를 영입했을 때 구단 발표액은 70만달러였지만, 에이전트 측은 100만달러라고 밝혔다.
용병 연봉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빈부격차’도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넥센과 SK(190만달러)는 3명을 영입하는 데 200만달러도 안 썼다. 특히 넥센은 대니 돈(75만달러), 라이언 피어밴드(58만달러), 로버트 코엘로(55만달러)에게 총 188만달러를 썼는데, 이는 로저스 한 명의 몸값에도 못 미친다. ‘저비용 고효율’ 전략이다. 두산과 계약이 임박한 닉 에반스는 2014년 일본(라쿠텐)에서 3500만엔(약 3억원)을 받았는데, 이를 고려하면 100만달러 이상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물론 적극적 투자가 성적과 직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거들이 처참한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2014년 루크 스캇(SK), 지난해 나이저 모건(한화), 필립 험버(KIA) 등은 성적 부진으로 쫓겨났다. 빅리그 경력이 KBO리그에서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구단의 수익구조는 그대로인데, 지출은 늘고 있다”며 “외인 몸값 상한선이 사라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몸값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한화가 엄청난 투자를 한다고 욕할 것도 없다.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우승을 위해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게 맞지만 그 비중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국내선수들의 박탈감도 커질 수 있다.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