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인터뷰 ①] 혜리는 어떻게 완벽한 덕선이가 될 수 있었을까

입력 2016-01-30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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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금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시작했을 때만 해도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 시리즈가 1997년과 1994년 기점으로 다뤄졌던 것과 달리 주시청층이 공감하지 못할 8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과 여주인공이 걸스데이의 혜리로 낙점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부터 일부에서는 "마지막 응답 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응답하라 1988'은 이런 의견들을 단 몇 회만에 불식시켰다. 10대의 사랑 이야기에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를 풀어낸 이 드라마는 기적에 가까운 반전을 일궜다. 또한 여주인공 덕선 역의 혜리도 연기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셨던 건 알아요. 멤버들도 그렇고 회사 분들도 제가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하셨겠죠. 하지만 당시에 저한테는 이런 걱정들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내가 그동안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걱정을 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혜리는 단 첫 회 만에 둘째의 설움을 담은 눈물 연기로 안방의 시청자들을 안심시키고 극의 중심에 섰다. 공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착하고 활달한 덕선은 혜리 그 자체였고 사람들은 그가 무대 위에 올라 예쁜 미소를 짓는 아이돌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가만히 보면 저와 덕선이 성격이 많이 비슷해요. 그리고 덕선이 안에 제 모습이 많이 반영되어 있기도 했어요. 작가님이 제가 과거에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서 제가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들을 많이 반영해 주셨어요. 그래서 촬영하는 내내 제 안에 숨겨진 덕선이 같은 모습들을 꺼내기만 하면 됐었죠."

하지만 혜리 본인조차 "그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 말할 정도로 '덕선스러움'을 꺼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러브라인의 축이자 '응답하라 1988'의 웃음 포인트까지 만들어야 했던 혜리의 시행착오가 시작된 것.

"제가 덕선이로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 하거나 예뻐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었어요. 원래도 제가 '와 예쁘다' 소리를 듣는 편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웃겨야 한다는 욕심이 많은 편이라서 생각보다 덕선이 장면이 덜 웃기게 나와 그 부분이 더 신경쓰였어요."

이런 고민을 거쳐 혜리는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를 완성했다. 활달하고 마음씨 고운 이 소녀의 성장기에 시청자들은 함께 공감하고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혜리 역시 덕선이와 함께 한 뼘 더 자랄 수 있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무언가를 정말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라는 걸 배웠어요. 준비도 오래 했고 진짜 열심히 하니까 길이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벽을 하나 깬 느낌이 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당장 무슨 계획을 세워서 활동을 더 늘려야 겠다는 생각은 안해요. 비록 작은 역할이라도 마음이 맞는 분들과 함께 순간 순간 열심히 활동할래요. 지금보다 마이너스 상태만 아니면 되죠."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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