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이번엔 내가 ‘인간’을 지키겠다”

입력 2016-03-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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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대 인공지능이 벌이는 ‘세기의 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기자회견장에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의 개발사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 이세돌 9단, 에릭 슈미트 구글회장(맨 왼쪽부터)이 손을 맞대고 행사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사진제공|구글

■ 이세돌 vs 알파고, 오늘 세기의 대결

이세돌 “5-0 승리까지는 아닐 것 같다”
슈미트 회장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


신의 창조물인 인간의 두뇌냐,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의 지능이냐.

세계 정상급의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인간이 이룩한 바둑 인공지능의 정점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기자회견이 열렸다.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 기자들이 몰려와 이번 대결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의 온도를 느끼게 했다. 방문 계획이 없던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슈미트 회장은 “승패에 관계없이 이번 대결의 승자는 인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알파고는 왜 강한가”와 “과연 알파고가 이세돌의 적수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됐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사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지금까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들보다 월등한 기력을 갖게 된 ‘비밀’을 공개했다. 바로 신경망 알고리즘이다. 이미 컴퓨터에 정복당한 체스는 말의 위치에 따른 평균 경우의 수가 20개 정도지만 바둑은 200개 이상이다. 하사비스는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인 바둑은 돌을 둘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전 세계 원자 수보다 많다”고 했다. 슈퍼컴퓨터라 해도 바둑판 위 모든 변화와 경우의 수를 읽을 수는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인간의 뇌를 모방한 3개의 신경망이다. 상대방이 착점을 하면 ‘정책망’이 가동해 ‘원자의 수’만큼 많은 경우의 수를 불과 몇 개로 줄인다. 다음은 ‘가치망’이 남은 경우의 수를 흑이 유리하냐, 백이 유리하냐를 따져 두 개로 줄여준다. 마지막으로 알파고가 검색트리를 확대해 다음 수를 최종적으로 정한다.


● “있지만 없는 상대” 가상훈련 하는 이세돌

하사비스 CEO의 설명이 끝나자 이세돌은 “지난번엔 몰랐는데 오늘 듣고 보니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알파고의 알고리즘이 인간의 직관을 어느 정도 모방할 수도 있을 듯하다. 조금은 긴장을 해야 할 것 같다. 5-0까지는 아닐 것 같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세돌은 “나 역시 이번 대결을 앞두고 가상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숱한 대국을 해 왔지만 이번 상대처럼 생소한 느낌은 처음이다. 상대방의 기분, 기세를 읽을 수가 없다. 혼자 두는 느낌이 들 수가 있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대국 장면을 떠올리는 가상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세돌은 “내가 질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내가 진다고 해서 바둑의 아름다움을 기계가 이해하고 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바둑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번에는 내가 ‘인간’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9일(1국), 10일(2국), 12일(3국), 13일(4국), 15일(5국) 오후 1시부터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다. 모든 대국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 되며 바둑TV와 온라인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에서도 관전할 수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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