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금일봉도 선수들에게 못 준다

입력 2016-03-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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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2차 이사회, 메리트 금지 규정 강화
모기업 오너·구단주 격려금도 제재 대상


2016년 9월 A팀은 10연승을 달리며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한다. A팀의 모기업 회장은 기쁜 마음에 야구장으로 달려가 선수단에 거액이 담긴 봉투를 선물한다. 그러나 구단은 과거와 달리 이 돈을 선수들에게 나눠주지 못한다. 시즌 종료 후 자선행사와 기부, 선수단 회식 등으로 더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

가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올 시즌 프로야구단 모기업 오너가 격려금으로 전달한 봉투를 선수단에 나눠줄 경우 해당팀은 KBO로부터 강력한 징계를 받는다.

KBO는 15일 구본능 총재와 10개 구단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016년 2차 이사회를 열었다. 2016년을 ‘클린베이스볼’ 정착 원년의 해로 삼기로 의견을 모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그동안 관행으로 뿌리 내렸던 승리수당 등의 메리트를 엄격히 금지하기로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성과금, 경기 수훈선수 시상, 주간 및 월간 MVP(최우수선수), KBO 기념상 및 기록달성, 홈런존 시상금, 용품구입비, 계약에 따른 개인성적 옵션, 기타 KBO 총재가 인정하는 항목 등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메리트가 의심될 경우 KBO 조사위원회가 구단과 선수에게 원천징수영수증 등 금융내역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제출하지 않을 경우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며, 1차 이사회 의결에 따라 메리트 금지 규정을 위반한 구단은 신인드래프트 2차 지명 1라운드 지명권 박탈과 제재금 10억원을 부과 받는다.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모기업 오너 또는 구단주의 격려금도 선수들에게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는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의 제3조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개정해 전년도 우승 구단 감독이 아니라 개최시기와 비중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KBO 총재가 국가대표 사령탑을 선임토록 의결했다. 국가대표 선수단 수당은 1일 8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며, 별도의 격려금은 지금하지 않기로 했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메리트도 사라진 것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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