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참가 감독 148인 “자율성·독립성 보장해 달라” [기자회견 전문]

입력 2016-03-24 17: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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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했던 감독 148인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했던 감독 148인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부산시로부터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협받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각 영화단체, 문화예술인을 비롯해 세계의 영화인들까지 지지선언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오늘 기자회견은 부산영화제에서 자신들의 영화를 상영했던 감독들이 직접 나선 자리다.

‘다이빙벨’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벌어지고 있는 영화제 흔들기를 보며 참담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모였다는 감독들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함께 마음을 모아주길 호소하며, 부산시는 더 이상 부산국제영화에 부당한 압력과 간섭을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 부산국제영화제가 보다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영화제로 올해 21회를 개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 감독들 또한 보다 나은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부산영화제 집행위원회와 함께 부산영화제를 지켜낼 것이라고 뜻을 밝혔다.

‘명성, 그 6일의 기록’ 등으로 부산영화제를 찾은 김동원 감독은 “독립영화인들에게 부산영화제는 큰 의미를 지닌다. 고작 영화한편으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올해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서병수 시장에게 부탁한다”고 밝혔다.

‘후회하지 않아’를 비롯해 여러 영화를 상영한 이송희일 감독은 “영화인들과 부산시민들이 20년 동안 의기투합하여 키워온 영화제이다. 많은 이가 함께 키워온 부산영화제가 서병수 시장 개인의 고집과 시장논리로 망가져선 안 된다”고 했고, ‘들꽃’ ‘스틸 플라워’를 연출하고 상영한 박석영 감독은 “2016년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표현의 자유와 싸워야한다는 현실이 참담하다. 부산에서 촬영한 ‘스틸 플라워’는 부산시민들의 도움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었다. 부산시가 부산시민과 서울영화인들을 이간질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시민들께 호소 드린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주시고 품어 안아 달라.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 스탭들, 힘내라”고 말했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카트’ 등을 상영한 부지영 감독은 “지금도 첫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고 관객들과 나눴던 교감, 소통을 잊지 못한다. 그러한 지지와 연대가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우리 감독들의 이러한 추억과 동력이 정치적 이유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참담하다”고 했으며,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은 “개인적으로 만약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해 본다. 상영하지 않았다면 더욱더 끔찍한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된 영화제에 어떤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상영하고 싶겠는가? 어떤 관객이 그러한 영화제를 찾고 싶겠는가? 지금 이사태가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소셜포비아’ 홍석재 감독은 “나와 동료들의 영화가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될 때 특별하고 소중한 두근거림을 받았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감독이 그러할 것이다. 이후 영화를 만들 사람들, 이를 함께 나눌 관객들이 앞으로 이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될까 우려된다”고 했고, ‘소통과 거짓말’의 이승원 감독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예술의 속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예술은 짓밟힐수록 더 강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분명히 더 훌륭하고 더 엄청난 작품들이 이 시대에 만들어질 것이다. 절망적일 때 우리는 더 희망을 보고 여기 있는 모든 감독님들이 함께 전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회를 본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김조광수 감독은 “현재 이용관 위원장은 부산시로부터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인해 고발을 당해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한국에 국제영화제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감독들이 세계에 소개될 수 있도록 헌신하고 도운 사람이다. 검찰에 소환될 사람은 이용관 위원장이 아니라 이 사태를 일으킨 서병수 시장이다”라고 마무리 지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고 싶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참가감독 148인-

저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했던 감독들입니다.
저희 서로는 이제 몇 편의 영화를 완성했다는 것 말고는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각자 세대도 다르고 지역도 다르고 종교나 정치적인 입장도 서로 많이 다릅니다. 그러나 저희에게는 서로의 다름보다 더 큰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든든한 울타리였습니다.
영화제를 통해 기쁘게 관객을 만날 수 있었고, 과분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전 세계 다양한 관점의 영화들을 만나고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분들의 새로운 시선을 배우며, 각자 마음의 크기를 키웠습니다. 그 경험은 영화인으로서의 성장 뿐 아니라 '다름'을 껴안을 수 있는 인간으로 성숙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의 대표적 영화제로 성장해 나간 것은 영화제 자체의 규모의 성장만이 아니라 그곳에 참여한 영화인들과 시민들의 내적 성장을 동반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함께 성장해 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만의 성장이 아니라 세계 영화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데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바탕에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인 토대 위에서 20년에 걸친 전문성과 균형 감각을 가지고 지켜온 부산국제영화제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문화는 ‘다름’을 아름답게 보는 시선과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는 원칙 안에서만 꽃 피울 수 있습니다. 저희들은 그 시선과 원칙이 국가의 품격이며, 동시대는 물론 다른 세대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부산에서는 어떤 품격도 예의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이것은 문화예술지원의 숭고한 전제이며 전 세계가 공유하는 보편적 이해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울타리는 오히려 더 넓어져야 합니다. 결단코 더 깊어져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문화가 우리 세대만의 소유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계 없는 하늘을 본 아이는 우주를 상상하는 법을 배울 것입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에 손을 담근 아이는 자연을 이해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우리가 전할 자유로운 문화의 가치로 인생을 만날 것입니다.

우리는 온 힘을 모아 부산시에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어떠한 부당한 간섭과 압력에도 굴복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열정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낼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마음을 모아 주십시오.

2016년 3월 24일

부산국제영화제 참가 감독 148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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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김미혜 기자 roseli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한국독립영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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