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입력 2016-03-30 1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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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글래드 호텔에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승수 조직위원장(전주시장)을 비롯해 이충직 집행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세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이날 가장 중점적인 질문은 전주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 존중에 집중됐다.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

앞서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간의 마찰은 2014년 부산시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부산시가 지난해 초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를 종용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 및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는가 하면 지난해 국고 지원이 대폭 축소돼 정치적 간섭과 외압 의혹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의 신규 자문위원 68명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법적 대응까지 나섰다. 이에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치고 있다”며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영화인들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강력한 의사를 전했다.


전주시의 입장은 부산시의 태도와 극명하게 달랐다.

김승수 전주시장 겸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먼저 “우리 영화제가 올해 17회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전주국제영화제는 작았지만 단단했고 겸손하지만 그 모습을 확실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라는 정체성을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영화든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도록 조직위원장으로서 영화제를 지원하겠다”며 “우리 조직위원회가 영화제의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시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부국제 논란과 관련해 독립성 보장과 관련된 질문에는 “영화제가 가지는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 우리 영화제는 독립성을 가지고 사회에서 말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이고 시민은 이것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영화제는 영화인과 관객을 위해 반드시 독립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조직위원장은 독립성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영화제는 말그대로 페스티벌, 축제다. 전쟁터가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페스티벌’이라고 쓰여 있지 ‘배틀 필드’라고 쓰여 있지 않을 것이다. 부산시도 조직위원장이 영화제가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옆에 있던 김영진 프로그래머 또한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할 때도 설왕설래가 많았고 ‘압박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나에게 직접적으로 압박이 온 것은 없다. 그런 것을 보면 관계자들이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고 상영할 때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기자회견에서 오가는 질의응답이 지난해와 꽤 닮아 있었다. 지난해 기자회견 당시 김승수 조직위원장은 “행정이나 정치가 지원하되 관여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킬 것”이라며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제만의 색깔을 살리고 성장해 가슴 속에 남는 영화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애정을 부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에도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와 마찰 중이었다.

한 해가 지나고 한층 성장한 전주국제영화제와 달리 상처가 더욱 깊이 곪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현재를 비교하니 어딘가 씁쓸함이 가시지 않았다.

한편,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10일간 열린다. 전주 시내 총 5개 극장 19개관을 통해 45개국 211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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