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우희는 자신을 지독하게 다그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표출한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해어화’가 실제상황이라면?
당연히 남자보다 친구 택하죠
인물로서 존재하는 배우가 꿈
새 도전 ‘싱글라이프’
밥 해먹는 재미가 꿀맛이에요
천우희(29)는 만족을 모르는 배우다. 욕심이 많다기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기준’이 엄격하다. 대개 이런 배우들은 남보다 자신을 대할 때 냉정하기 마련. 천우희는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에 나를 많이 괴롭힌다”고 했다.
연기하며 살아가는 숱한 배우들 가운데 ‘고민’ 없는 이가 없겠지만, 천우희가 겪는 과정은 더 넓고 깊어 보였다. 또래 배우들보다 돋보이는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배경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기단련의 힘 같았다.
“관객이 만족하느냐가 우선일 수도 있지만 내 만족이 먼저다. 그런데 쉽게 만족할 수가 없다. 나르시즘에 빠지면 성장할 수 없을 것 같다. 남들이 괜찮다고 해도, 동의할 수 없다.”
주관이 확실한 만큼 ‘달변가’인 천우희와 진행한 인터뷰는 주어진 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하는 그에게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제작 더램프)의 13일 개봉을 앞두고 주연배우로서 갖는 ‘아쉬움’부터 물었다.
“어느 때보다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다. 영화는 대중예술로 소비되지만 사실 관객이 돈을 내고 와서 봐야 한다. 그에 부합하는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 과연 기대에 부응했을까. 조금 아쉽다.”
천우희는 지난해 10개월의 시간을 ‘해어화’에 쏟아 부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가수를 꿈꾸는 두 친구와 그 사이에 놓인 작곡가의 파국을 그린 영화의 출연 제의에 천우희는 “팽팽한 감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로 응했다. 천우희가 맡은 연희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준 친구(한효주)의 연인(유연석)과 비밀스러운 사랑을 시작한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천우희는 단호했다. “남자를 택하지 않았다”는 답변이다. “나의 감정보다 둘도 없는 친구와 맺은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지금껏 천우희가 해온 사랑 역시 신중하고 편안한 관계였다고 했다.
“연애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시작하면 오래 만나는 편이다. 내 편안함을 전부 보일 수 있는 관계가 좋다. 자연스럽게 내보이는 사랑을 원한다. 마지막 연애? 햇수로 3년 전이다.”
배우 천우희.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천우희는 “2015년, 한 해 동안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에 위축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영화 ‘한공주’를 통해 크게 주목받은 뒤 찾아온 ‘후유증’이다. “의기소침해지고, 영화를 결정하면서 눈치가 보였다”고도 했다.
물론 지금은 그 부담을 털어낸 상태. 자신의 매력을 꼽아 달라는 주문에 “조금 부풀려 이야기하겠다”고 운을 뗀 그는 “평범함과 비범함을 오가는 배우”라고 했다. ‘매력’을 물었지만 그의 대답은 곧장 ‘각오’로 이어졌다.
“배우로서 존재하는 배우와, 인물로 존재하는 배우가 있다면 나는 후자이길 원한다. 여배우에 대한 선입견과 나의 한계를 부수려고 한다.”
지난해에는 천우희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경기도 이천의 부모 집에서 독립해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벼르고 벼르던 독립이라고 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온실의 화초로 자라길 원하는 부모님의 과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 하하! 하나 뿐인 오빠도 나에게 애정과잉을 보낸다. 그래서 연기에서만큼은 가족이 관여할 수 없도록 선을 그었다.”
천우희의 ‘싱글 라이프’는 어떨까. “음식을 잘 해먹는 편”이란다. 각종 나물이며 생선조림도 거뜬하다. 오랫동안 한식당을 운영한 부모의 영향으로 갖춘 요리 솜씨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