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봉중근 투입…애매한 득과 실

입력 2016-05-02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 봉중근(가운데)이 1일 잠실 kt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4회초 조기 강판되고 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우규민 대신 2군에서도 저조했던 봉중근 카드를 꺼내며, 선수 동기부여와 5월 5일 두산과의 잠실대첩 대비 등 2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t전 우규민 대신 투입…3이닝 2실점
퓨처스 피안타율 0.449 ‘공정성 의문’
동기부여 의도 불구 불펜투수 5명 소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대국 당시 기보에 없는 전혀 새로운 수로 허를 찔렀다. 올 시즌 초반 LG 팬들은 양상문 감독을 ‘양파고’라 부른다. 절묘한 투수 교체와 투입이 성공했을 때 나온 찬사였다.

1일 잠실 kt전을 하루 앞두고 양 감독은 반상위의 알파고처럼 모두의 예상을 깬 한 수를 그라운드에 뒀다. 이날 LG의 선발 로테이션 순서는 리그 최고의 잠수함 투수 우규민이었다. 그러나 LG의 선발 예고는 1군도 아닌 퓨처스리그에서 3경기 2패 방어율 14.34(10.2이닝 22안타 2홈런 4볼넷)를 기록한 봉중근(36)이었다. 피안타율은 0.449에 달했다. 성적만 보면 도저히 1군에 올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봉중근 같은 베테랑 투수에게 퓨처스 기록은 숫자 이외에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유망주처럼 1군에 오르기 위해 전력을 다하며 기록으로 1군 감독의 눈에 들 필요는 없다. 1군에서 최고의 공을 던지기 위해 매 경기 변화구에 중점을 두는 투구를 하는 등 구위 점검의 단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LG 퓨처스리그에는 3경기 3승 18이닝 18삼진 무실점의 우완 투수 김광삼이 있다. 자칫 양 감독의 선택은 퓨처스팀 전체에 ‘공정성’의 의문부호를 남길 수 있는 상황이다. 선수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만 가장 잘 하는 선수가 1군에 올라가는 것이 대 원칙이다. 선수의 이름, FA 자격 획득을 위한 등록일수, 연속경기 출장 등의 기록 등이 1군 엔트리에 개입될 때 리더십은 흔들릴 수 있다.

양 감독은 4월30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봉중근에 대해 “시속 140km 이상 속도에 공 100개를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1군에 부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 가지 여지를 남긴 건 “퓨처스와 1군은 베테랑 투수에게 조금 환경이 다를 수 있다. 1군에서 던지면 더 집중력이 높아지고 스스로도 빨리 1군에서 점검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일 경기 전 양 감독은 “우규민이 던지는 날이지만 허리 상태가 4일 휴식 후 투구에는 부담이 있다고 봤다. (김광삼이 아닌 봉중근을 선택한 것은) 스프링 캠프부터 봉중근은 선발 전력으로 준비를 해왔다. 퓨처스에서 피안타가 많지만 빗맞은 안타가 많았다. 기록이 다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팀 전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선택이지만 5월 5일 두산과 어린이날 ‘잠실대첩’을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과 봉중근에게 각성과 동기부여가 동시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했다. 봉중근은 이날 kt타선을 상대로 3이닝 동안 64개의 공을 던져 5안타 2볼넷 2실점 후 교체됐다. 선발투수로 이닝 소화가 아쉬웠고 전체적으로 변화구와 직구 모두 제구가 좋지 않았다. 관록을 바탕으로 한 위기관리로 실점을 최소화했지만 130km 후반에 형성된 직구는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LG는 3-2로 앞선 4회 시작과 함께 봉중근을 조기 교체하면서 마무리 임정우까지 5명의 불펜 투수를 투입해야 했다. 선택과 결과 모두 득실의 계산이 복잡하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