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오른쪽)이 2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에 대한 선처를 호소한 뒤 큰 절을 하고 있다. 인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체육계 ‘정치적 압박 해석’ 우려
전 수영국가대표 박태환(27)이 무릎을 꿇었다.
2일 인천광역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 ‘박태환 선수 관련’을 타이틀로 유정복(58) 인천시장이 마련한 자리였다. 박태환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여부가 뜨거운 감자인 터라 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굳은 표정의 박태환은 “수영선수는 수영장에서 결과로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또 국가에 봉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시길 바란다”고 선처를 호소한 뒤 큰 절을 했다.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광주에서 펼쳐진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서 박태환은 압도적 기량을 과시했다. “동아올림픽이란 마음으로 뛰었다”던 그는 출전한 자유형 4개 종목에서 모두 올림픽 A기준기록을 통과했다.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이 대회에서 A기준기록을 통과한 유일한 남자선수였다. 그의 스승 노민상 감독이 “선수가 마지막을 리우에서 불태울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시길 바란다”며 이미 큰 절을 올린 터라, 마지막 올림픽 출전을 향한 박태환의 간절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직전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고, 지난달 징계가 풀려 국가대표 복귀를 기대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금지약물 양성선수는 징계 만료 후에도 3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규정을 유지키로 했다. 규정 개정이 없는 한 박태환은 리우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
유 시장은 “금지약물 복용은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하다. 다만 이미 처벌 받았다. 리우올림픽에서 모든 걸 털고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 국민들께서 다시금 박태환을 믿어 달라.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반대한 ‘이중처벌 금지’를 다시 거론한 것이다.
그러나 기자회견 후 아쉬움이 남았다. 굳이 정치권까지 나설 문제인가라는 의문이다. 물론 양측은 특별한 관계다. 인천아시안게임 홍보대사를 지낸 박태환은 2013년 4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인천시청 소속으로 뛰었다. 또 인천문학박태환수영장이 있다. 유 시장은 “선수가 올림픽에서 새로운 희망을 주게 하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으나, 체육계에선 정치적 압력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박태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날의 15분여 기자회견도, 아직 실행되지 않은 온라인 서명운동도 아니다.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는 현 시점에선 ▲재입단 ▲훈련장 제공 등 인천시 차원에서 선수를 진정으로 돕는 모습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묵묵히 선수를 돕고 성원하는 모습으로도 많은 갈채를 받을 수 있었다. 정치인이 전면에 등장한 이날 기자회견으로 인해 오히려 그간의 긍정 여론은 물론 체육회 내부에서 박태환을 응원해온 우군마저 등을 돌릴 수 있음을 염두에 뒀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천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