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은 4월에 한화와 6차례 만나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단독선두를 질주하고 있다(위 사진). 한화는 4월에 극도의 부진 속에 다른 팀들의 승수쌓기 표적이 되면서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사진|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KIA·삼성 2패씩 쓴맛…‘반전’ 제물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단일 경기뿐 아니라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한 시즌은 더욱 그렇다. 특정팀이 분위기를 타고 치고 나가거나 혹은 반대로 밑바닥을 길 때 상대는 어떤 생각을 할까. 4월 순위표를 보자. 혼전 속에 몇몇 감독은 “차라리 한 팀이 치고 나가는 게 낫다”고 말한다. 1위 두산은 2일까지 18승1무6패로 독주 체제를 갖췄다. 상대팀들은 두산의 흐름을 고려해 승리를 위해 무리하지 않는다. 이와는 정반대로 ‘반드시 잡아야 할 팀’도 생긴다. 팀간 전력평준화가 이뤄진 올 시즌에는 4월에 흐름을 놓친 팀이 ‘먹잇감’이 됐다. 시즌 전만 해도 우승후보로 불렸던 한화다. 한화는 24경기서 7승17패로 10개 구단 중 꼴찌다. 승패차는 ‘-10’. 4월 마지막 주 성적(4승1패)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게 위안이었다.
● 한화 상대로 ‘+6’ 두산, ‘+4’ LG
한화 상대로 가장 재미를 본 건 1위 두산이다. 한화와 6경기를 치러 6전 전승을 거뒀다. 한화의 연승 도전을 제대로 막아섰다. 10일 마산 NC전에서 시즌 2승째를 거둔 한화는 12∼14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과의 3연전에서 전패하며 7연패에 빠졌다. 한화는 21일 사직 롯데전에서 연패를 끊었으나, 두산이라는 거대한 벽을 만나 무너졌다. 두산은 22∼24일 잠실에서 열린 3연전을 또다시 싹쓸이했다. 그러나 두산의 독주 배경에 ‘대진운’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한화 상대 6승을 제외해도 승률 0.667로 여전히 1위다. 오히려 두산은 연패를 끊은 한화에 다시 연패의 악몽을 안긴 팀이다.
두산 이외에 한화 상대로 재미를 본 팀은 LG다. 2번의 우천취소로 6경기 중 4경기를 치른 LG도 한화 상대로 전승을 거뒀다. 12승11패의 LG는 한화를 만나 가져간 ‘+4’가 없었다면 5할 승률이 무너지고 중위권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었다.
● 8위 삼성과 9위 KIA, 더욱 뼈아픈 한화전 패배
상대 입장에서 한화전 패배는 1패 이상의 충격이 큰 셈이다. 4월 일정에 두산과 LG를 제외하고 3연전이 2차례 배정된 팀은 없었다. 3연전을 한 차례씩 치른 팀 중 넥센과 NC, 롯데는 2승1패로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1’을 챙겼지만 두산과 LG에 비해선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한화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지난주 상대였던 KIA와 삼성은 눈물을 삼켰다. KIA는 26일과 28일 대전 한화전(27일 경기 우천취소)에서 모두 패하면서 한화의 첫 연승 제물이 됐다. 현 시점에서 한화 상대 ‘-2’는 큰 타격이다. 삼성도 29일부터 치른 대전 3연전에서 1승2패로 위닝시리즈를 뺏겼다.
● 한화, 이번 주 첫 만남 SK-kt와 6연전
올해도 ‘내일이 없는 야구’를 펼치는 한화는 지난주를 기점으로 흐름을 바꿀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화와 만나지 못한 팀이 있다. 한화는 이번 주 SK, kt와 원정 6연전을 치른다. 두 팀은 한화전 없이도 선전했다. 특히 SK는 시즌 전 평가를 뒤엎고 16승10패로 단독 2위다. kt도 12승14패로 중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화의 흐름이 정말 상승세로 돌아선 건지, 아니면 8·9위로 처진 삼성과 KIA 탓인지는 이번 주 6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