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노경은, 돌연 은퇴선언…왜?

입력 2016-05-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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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노경은. 스포츠동아DB

두산 “스스로 한계 느꼈다”공식입장
2군 보낸 김태형 감독과의 불화설도


두산 우완투수 노경은(32)이 전격 은퇴했다.

두산은 10일 ‘현역 은퇴 의사를 밝힌 노경은의 결정을 받아들여 KBO에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30대 초반의 한창 나이에 부상 등 피치 못할 사유가 아님에도 유니폼을 스스로 벗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연봉 2억원을 받는 노경은은 약 1억4000만원(5월 이후 향후 7개월의 월급)도 포기했다. 이상훈이 SK에서 2004년 6월 돌연 은퇴할 때 이후 또 한번의 일반상식을 벗어난 퇴장이다.


●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까지

노경은의 성격을 잘 아는 두산 관계자들은 “성품이 착하지만 자기만의 가치관이 확고한 친구”라고 평가했다. 언뜻 이해가 안 가겠지만 ‘노경은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다. 노경은은 4월21일 수원 kt전 선발등판(3이닝 4실점) 직후 2군행을 통보받았다. 5선발로 출발했지만 4월7일 잠실 NC전(2.2이닝 6실점), 13일 대전 한화전(4이닝 2실점)에서 두산 김태형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결국 2군행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때 노경은이 경기도 이천의 두산 2군에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상 항명이었다. 원칙을 중시하는 김 감독의 성향으로 볼 때,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뒤집어보면 이 순간 노경은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두산 코치진과 프런트는 노경은을 설득하려 애썼다. 3차례에 걸쳐서 만났는데, 결국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결국 구단도 은퇴를 받아들였다. 두산 관계자는 “노경은이 심적으로 많이 지친 것 같았다. 선발과 불펜 사이에서 혼란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03년 1군 데뷔한 노경은은 2012년 12승, 2013년 10승을 거둔 뒤 전성기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스스로 퇴로를 잘랐을까?

“선수가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는 것이 두산의 공식 입장이다. 노경은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야구계에서는 갑작스런 은퇴에 대해 3가지 가설이 나돌고 있다. ‘사고를 치지 않은 이상, 이럴 수 없다’는 의혹에 대해 두산은 “우리가 아는 한,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모 구단과의 트레이드에 반발해 은퇴를 단행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두산 측 인사는 “단언컨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러 루트를 종합하면 두산이 노경은 트레이드를 타진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은퇴를 촉발한 이유는 아니라는 얘기다. 김 감독과의 불화설은 불화까지는 아니라도 ‘코드’가 안 맞은 면은 있었다고 여길만한 정황이다. 10일 SK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노경은이 선발로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2군에 보낸 뒤 10일 후에 계투로 쓰려고 했는데 한용덕 투수코치와 면담하면서 ‘선수 안 하겠다. 다른 쪽으로 해보고 싶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두산의 한 코치는 “노경은이 영어권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야구 쪽은 안 하겠다더라”고 전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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