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여운을 잊게 할 드라마가 탄생했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이다. 특히 가수 에릭이자 연기자 문정혁은 동명의 오해영‘들’ 사이에서 극의 중심을 잡으며 로맨틱코미디 남자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상반기 최고 화제의 드라마는 단연 KBS2 ‘태양의 후예’다. 수치적인 부분은 모두가 알다시피 넘을 수 없을 정도고 출연진의 조화 등이 멜로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문제는 사라진 ‘태양’의 무게를 남아있는 후속 작품들이 견뎌야한다는 점이다. 현재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 KBS2 ‘마스터-국수의 신’, SBS ‘딴따라’ 총 시청률이 ‘태양의 후예’ 한 작품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 많던 시청자가 실종됐다. 이 가운데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은 평균 시청률 2.2%로 시작해 6회 6%까지 매회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닐슨 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태양의 후예’ 시청률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온라인을 비롯한 체감 반응이 상당하다.

‘또 오해영’은 동명이인의 잘난 오해영(전혜빈) 때문에 인생이 꼬인 보통 오해영(서현진)과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남자 박도경(에릭) 사이에서 벌어진 동명 오해 로맨스물이다. 보통 오해영의 시선으로 전개되다보니 서현진 특유의 털털한 모습과 속 시원한 대사가 크게 주목받는다.

그럼에도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여성 시청자를 본방사수하게 하는 힘은 당연히 남자 주인공 캐릭터다. 에릭은 ‘또오해영’에서 서른 중반의 음향 감독 박도경으로 분했다. 박도경은 완벽한 외모와 달리 까칠한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결혼식 날 예비 신부인 잘난 오해영에게 차였다. 17일 ‘또오해영’ 6회에서 박도경은 보통 오해영에게 마음을 열었다. 보통 오해영의 일거수일투족을 걱정하게 된 박도경이 그녀와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벽’을 뚫고 보통 오해영에게 다가간 것이다.

에릭은 박도경을 연기할 때 전혀 힘을 주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눈빛과 대사 처리가 박도경을 현실 남자친구로 느끼게 한다. 이 같은 노련한 로맨스 연기는 에릭의 연기 경험에서 비롯됐다. 2004년 MBC 드라마 ‘불새’를 통해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라는 유행어로 그룹 신화의 에릭이 아닌 연기자 문정혁으로의 존재감을 알렸다. 하지만 연기를 잘하는 가수에 지나지 않던 에릭은 MBC ‘케세라세라’(2007), KBS2 ‘연애의 발견’ 등으로 꾸준히 로맨틱코미디물에 도전, 그만의 로맨스 연기 세계를 구축해갔다.

로코킹으로 등극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내일 모레면 나이가 사십이다. 잘 먹고 잘 자면서 건강관리를 해야 로코도 찍을 수 있다”고 답하는 에릭의 여유로움이야말로 나이 사십을 바라보는 이 남자에게 끌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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