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칸&피플①] 나홍진 “어머니의 기도가 큰 힘”(인터뷰)

입력 2016-05-2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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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 영화 ‘곡성’의 두 주역

제69회 칸 국제영화제가 나홍진 감독과 그의 영화 ‘곡성’에 매혹됐다.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곡성’이 19일 오전 5시(한국시간·이하 동일기준)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개됐다. 영화제가 ‘곡성’에 쏟는 관심, 나홍진 감독에 대한 예우는 각별했다. 공식 상영의 뜨거움이 채 가시지 않은 이날 오후 5시 칸 JW메리어트호텔에서 나홍진 감독을 만났다. 칸은 이들에게 또 다른 ‘자극’을 주는 듯 보였다.


프레모 위원장 입구까지 마중 나와
칸서 이런 집중적 관심은 처음이다

- 나홍진 감독


“한국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안심했다.”

칸에서 만난 나홍진 감독은 자주, 크게 웃었다. 아무래도 칸의 ‘곡성’을 향한 호평의 영향이지 싶다. 공식 상영 뒤 감독은 인근 요트로 옮아가 영화제 파티에 참석했다. 긍정적인 반응은 이어졌다. 마침 ‘아가씨’로 칸에 온 박찬욱 감독은 후배를 축하하며 고급 샴페인 선물까지 보냈다.

나홍진 감독은 “차마 내 입으로 꺼내기 어렵지만, 흥미로운 리뷰가 나와 난리가 났다”고 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그를 쿠엔틴 타란티노와 비교했다. 이에 감독은 “깜짝 놀랐다”고 했지만 칸에서 받은 기분 좋은 찬사가 싫지 않은 눈치였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는 레드카펫 입구까지 마중 나왔더라. 앞서 두 번 칸에 왔을 때는 그러지 않았다. 하하! 자주 영화를 만들라고, 다음엔 무조건 경쟁부문이라는 말도 들었다. 칸에서 이런 집중적인 관심을 접한 건 처음이다.”

나 감독은 데뷔작 ‘추격자’와 ‘황해’에 이어 ‘곡성’까지 연이어 칸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다. 덕분에 칸은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연속해서 영화제를 경험하는 건 큰 학습”이라며 “경험이 많은 감독일수록 관객과 교감하는 데 이점도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곡성’은 국내에서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속도. 칸에서 그 소식을 접한 감독은 “내 영화가 항상 잘 될 거라 믿지만 이번에는 내 기대를 한참 넘어섰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는 좀 더 솔직해졌다. 할리우드 진출 제안에서부터 이십세기폭스(폭스)와 만남, 이후 계획까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6년 전 폭스와 할리우드 영화 연출 계약을 맺은 그는 인기 블록버스터의 후속편을 연출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황해’가 변수였다.

“‘황해’의 기록은 감사하지만 흥행이 미진해 여러 면에서 속상했다. ‘억울해 한국영화 한 편 더 하겠다’고, ‘이대로는 (할리우드 영화를)못하겠다’고 폭스에 전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곡성’. 이후 또 한 편의 영화가 남아 있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그렇지만 ‘곡성’을 통해 몇 계단을 오르는 고민과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해도 ‘곡성’보다 힘들지 않을 것 같다.”

나홍진 감독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는 것에서 가장 큰 힘을 얻었다”는 말도 꺼냈다. 중요한 곳에 갈 때면 어머니의 기도를 받는다는 그는 ‘곡성’의 언론시사회로 향하는 길에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다.

칸(프랑스) |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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