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솔튼페이퍼, 그 흥미로운 음악 세계

입력 2016-05-30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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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튼페이퍼, 사진|플럭서스 뮤직

'재미'는 꼭 웃음을 유발하는 개그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웃음기가 쏙 빠진 대화가 오가더라도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솔튼페이퍼도 후자에 속하는 타입이다. 미국에서의 시절부터 MYK, 솔튼페이퍼까지 이어진 음악 이야기는 차분하고 진중하게 진행됐으나 쉽게 귀를 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했다.

이는 솔튼페이퍼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사운드를 억지로 끼워넣어 귀를 유혹하는 음악이 아니라, 자기만의 확고한 중심이 잡혀있는 음악들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솔튼페이퍼가 플럭서스뮤직과 만나 내놓은 첫 작품 'Spin'도 당연히 이런 솔튼페이퍼의 특징은 이어진다.

'Spin'에 대해 솔튼페이퍼는 "곡은 이전 부터 작업해놓던 곡이지만, 앨범 제작은 플럭서스와 계약을 하고 나서 시작했다. (작업을 시작한 지)1~2달만에 굉장히 빨리 나온 것 같다"라고 입을 열었다.

'Spin'이 특히 더 흥미로운 이유는 전작 'Awe Fin'과 연결이 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시리즈 개념이 아니라 말그대로 'Awe Fin'의 트랙과 'Spin'의 트랙이 연결이 된다.

솔튼페이퍼는 "'Spin'의 1번 곡이 'Ending'인데, 왜 'Ending'이냐면 이게 'Awe Fin'의 아웃트로가 될 뻔한 곡이다. 또 'Ending'의 마지막 10초 정도에 나오는 리프는 원래 '잘 자'라는 'Awe Fin'의 수록곡의 리프다. 그렇게 그 리프가 이 앨범('Spin') 인트로로 연결되면서 전 앨범('Awe Fin') 내용의 끝이라는 걸 이어간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솔튼페이퍼는 "앞으로 나올 곡들이 'Awe Fin'에서 찾으면 있다. 알려주면 재미가 없으니까.... 1번 트랙('Ending')에 대한 걸 생각하면 답이 나올 거다. 그렇게 'Awe Fin', 'Spin' 그리고 다음 앨범이 연결이 될 수도 있다"라고 앨범과 앨범의 연결이 이번 뿐만이 아니란 걸 알렸다.

자, 그렇다면 'Spin'은 'Awe Fin'과 전혀 별개의 작품이 아닌 어떤 일관된 흐름과 콘셉트를 지닌, 커다란 테두리 안에 공존하는 앨범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솔튼페이퍼의 작업 스타일도 이를 증명한다. 솔튼페이퍼는 "나는 앨범 만들때 항상 다음 앨범을 생각하고 만든다. 앞으로 뭘 하고 싶은 지가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나온다"라고 말했다.

실제 솔튼페이퍼는 MYK 시절부터 이런 경향을 보여왔다. MYK로 활동하던 시절 발표한 앨범을 포함해 그는 앨범들을 살펴보면 다음 앨범에 대한 힌트가 꼭 담겨있었다.

솔튼페이퍼는 "MYK란 이름으로 EP를 2009년 쯤에 맵더소울에서 냈다. 그 앨범이 반은 랩이고 반은 노래다. 그 앨범에서는 어쿠스틱 위주로 된 곡들이 일반 시퀀스 트랙과 섞여있다. 그리고 다음 앨범이 솔튼페이퍼 앨범이다. MYK에서 조금 잔잔한 느낌들을 솔튼페이퍼 앨범에 한 거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일렉 기타가 나오면서 조금씩, 어렸을 때 느꼈던

락 음악의 영향이 나오기 시작한다. 'Awe Fin'에서는 클린톤이 대부분이지만 일렉이 주를 이루고, 그다음이 'Spin'이다. 내 앨범으로 봤을 때 이게 제일 헤비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솔트페이퍼의 현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작을, 또 전전작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솔튼페이퍼도 이를 당부했다. "'Awe Fin' 앨범도 들어주면 감사하다. 그 앨범이 이 앨범과 솔튼 페이퍼를 연결시켜주는 앨범이다. 솔튼페이퍼 첫 번째 색깔도 있고 'Awe Fin'에는 조금 다양한 노래가 있다"라고 이를 당부했다.

그렇다고 'Spin' 앨범이 전혀 생뚱맞은 음악으로 채워졌거나 그 자체만으로는 완성돼 있지 않은 앨범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전작을 함께 들어달라는 건 솔튼페이퍼의 음악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함이지, 현재 앨범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Spin'은 솔튼페이퍼가 음악을 시작했을 당시, 하고 싶어했던 스타일에 가장 가까운 음악에 가깝고, 그만큼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완성도 있게 나온 앨범이다.

솔튼페이퍼, 사진|플럭서스 뮤직


솔튼페이퍼는 "'Spin' 앨범은 의도한 대로 만족할만큼 나왔다. 나는 항상 욕심이 많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한 번에 할 수 없으니 이렇게 된 거 같다. 이제는 이런 곡을 쓸 시기가 온 거 같다"며 "어렸을 때, 90년대에 미국 시애틀 쪽에서 컸다. 그런 제네레이션에서 자랐기때문에 그런지락 느낌을 많이받았다. 음악으로 따지면 제일 처음으로 와 닿은 음악이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원래 곡을 고민하고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조금 느낌대로 쓰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더 그렇게 했다. 이번 앨범의 의도는 가장 대중적인 기타 곡이 뭘까,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쉽게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박자나 멜로디, 톤들이 뭘까 그거였다. 특히 2, 3, 6, 7번 트랙은 그 의도가 명확하다. 기타를 가지고 가장 편하게 만들면 어떻게 나올까하는 의도다. 그러니까 이번 앨범은 복잡한 것 없이 그냥 쭉 들으면 된다. 모든 앨범이 그렇지만, 내가 쓰고 녹음할 때까지는 복잡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든 후에는 그 과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부터는 손을 놓고, 음악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청자에게)넘긴다"라고 이번 앨범의 의도와 콘셉트를 설명했다.

솔튼페이퍼의 말처럼 이번 'Spin'은 장르적으로 볼 때 90년대 그런지, 얼터너티브록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활동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솔튼페이퍼의 답은 "아직"이었다.

솔튼페이퍼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 2005년에 왔다. 중요한 시기들을 거기서 보냈다. 어떻게 보면 그때의 감성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정서를 바꾸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태어나 겪은 내 안에 있는 문화 경험, 이런 것들이 그냥 있어도 내가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음악을 하기때문에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는 아직 거기까지 생각을 못 해봤다. 물론 언젠가는 되면 좋겠지만, 나의 음악은 한국에서 시작했기때문에, 지금은 여기서 해아한다는 생각이다. 뭔가 대부분의 곡들이 여기서 살면서 나온거니까...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내 안의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랑 이 나라가 연결돼 있다. 지금 곡도 이렇게 나온 게 아닌가 싶다"라고 한국에서 음악작업을 하고 싶은 이유를 밝혔다.

한국에서의 음악활동에 만족하고 있는 솔튼페이퍼지만, '한글 가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난색을 표했다.

솔튼페이퍼는 "대화하는 거와 가사쓰는 ㅔ 너무 달라서... 한글 언어자체로 가사쓰는 게 정말 어려운 거 같다. 언어자체가 잘하면 정말 잘 나오는데, 뭔가 어려운 기분들을 다른 언어와 같이 설명할 수 없는, 그런게 아직 힘들다. 그래도 조금씩 비중은 늘려갈 생각이다. 실제 이번 앨범이 아마 한글을 제일 많이 쓴 앨범일 거다. 그렇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내 욕심같이 안 나온다"라고 작사의 어려움을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금까지 솔튼페이퍼가 발표한 앨범들의 트랙 수를 확인하면 느끼겠지만 그는 다작을 즐기는 뮤지션이다. 솔튼페이퍼는 'Spin' 앨범도 "내 욕심에는 몇곡을 더 넣고 싶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만들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그만큼 다채롭고 많다는 뜻이며, 'Spin'은 어떻게 보면 이제 도입부에 불과하다.

솔튼페이퍼는 "나는 계속 작업을 한다. 멈출 수가 없다. 곡 쓰는 재미만큼 재밌는게 없다. 좋은 게 나왔을 때 그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렇다. 항상 뭔가 좋은 거를 찾았다는 그 기분이 날 때가 너무 좋다. 곡을 쓰다보면 그때 그때 좋은게 나와서, 항상 그 목표를 위해서 연구하게 된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리고 MYK는 계속 사용을 한다. 관객입장에서는 약간 헷갈리 수 있는데, 크레딧은 원래 활동했었던 이름으로 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두 가지 다 하는데, 음악 스타일로 봤을 때도 솔튼페이퍼가 아닌 MYK의 앨범도 계속할 예정이다. 랩을 계속할 수도 있다"라고 솔튼페이퍼뿐만 아니라 MYK까지 포함한, 더욱 흥미로운 음악세계를 약속했다.

솔튼페이퍼, 사진|플럭서스 뮤직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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