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무한도전’, 언제쯤 ‘기밀 유지 증후군’에서 완치될까

입력 2016-06-06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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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이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을 때마다 스포일러 핑계를 대고 있다. 여기에 동조한 일부 ‘무한도전’ 팬들도 제작진 쪽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를 통해 만들어진 기사와 정당한 취재를 거친 기사에도 스포일러로 매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무한도전’의 비밀주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회 다른 콘셉트의 구성으로 꾸며지는 ‘무한도전’의 특성상 보안은 분명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가는데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특성을 감안해도 최근 ‘무한도전’의 비밀주의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정상적인 취재를 거쳐 만들어진 ‘무도’ 관련 기사에 “내용은 말할 수 없다”, “방송으로 확인해 달라”는 식의 입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은 물론 갑작스럽게 프로젝트를 변경해 보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무한도전’ 관련 기사의 최초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조차 해주지 않고 “방송으로 봐달라”던 이들이 또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서 고화질의 촬영 스틸까지 첨부해 앞서 전파된 보도와 똑같은 내용의 기사 자료를 보낸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에 대한 정보는 오로지 ‘무한도전’이 풀고 싶을 때만 풀겠다는 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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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언론 대응을 MBC 홍보팀과 책임 프로듀서에만 맡겨놓고 열심히 프로그램 기획과 각종 강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언론 대응을 하는 이들은 MBC 내부의 일임에도 ‘무한도전’에 대한 상황만큼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일부러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다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지만 MBC 내에서도 ‘무한도전’이 정보가 새는 것에 대해 유독 극성스럽다. 행여 정보가 샐 경우 출연진 쪽 스태프가 의심 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한 방송사 관계자는 “김태호 PD가 스포일러에 민감한 것도 이해가 간다.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기획 당시 머릿 속에 그렸던 구상이 있을텐데 스포일러성 보도가 나가면 이게 완전히 무너진다”면서 “몇 번 그런 일을 겪다 보니 더욱 스포일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의 말대로 분명 ‘무한도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영화, 드라마 콘텐츠 등이 스포일러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스포일러로 인해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한 각 매체의 이른바 ‘상도덕’도 필요하다.

그러나 스포일러성이 아닌 정당한 취재 과정을 거쳐 생산된 기사마저 ‘무도’ 팬들에 의해 ‘스포일러’로 규정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쓴 기자가 ‘기레기’로 매도당할 때 이를 방관한 ‘무한도전’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미 ‘무한도전’은 그들의 최초 기획 의도처럼 ‘대한민국 평균 이하들의 남자들이 모여 펼치는 도전기’ 따위가 아니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전국민적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이 된지 오래이며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불어넣어 여론 형성의 기능까지 지닌 대한민국 대표 예능으로 성장한지 오래다. 당연히 대중은 무한한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고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 직접적인 스포가 아니라면 기자들은 팬들을 위한 정보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듣고도 가만히 안방에 앉아 방송으로 확인한다면 이건 기자로서의 직무유기 아닌가.

한때 공정 보도를 목 놓도록 외쳤던 ‘무한도전‘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브라운관으로 몇 주간 ’무한도전‘을 보지 못하는 불편함도 감수했다. 그렇게 ‘언론 자유’의 상징으로 거듭난 ‘무한도전’은 2016년 현재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동아닷컴DB,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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