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누가 사이클링히트를 하는가?

입력 2016-06-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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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시즌에만 벌써 사이클링히트가 2차례나 나왔다. KIA 김주찬이 4월15일 광주 넥센전에서 첫 스타트를 끊었고, 두산 박건우(사진, 오른쪽)가 16일 광주 KIA전에서 올 시즌 2번째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했다. KBO 역대 20회뿐인 사이클링히트는 2013년 이후에만 6차례나 쏟아졌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안치용 해설위원이 본 시선


통산 20차례 진기록, 2013년 이후 6번이나
타고투저 흐름 속 늘어난 기록, 2년 연속 2회 달성
운이 중요… 벌어진 점수차, 상대 수비 덕 보기도


사이클링 히트는 한 명의 타자가 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기록하는 걸 말한다. 타자가 가져갈 수 있는 ‘진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KBO리그 35년 역사상 사이클링 히트는 1982년 6월12일 구덕 삼미전에서 삼성 오대석이 처음 달성한 이래, 올해 KIA 김주찬(4월15일 광주 넥센전)과 두산 박건우(6월16일 광주 KIA전)까지 총 20차례 나왔다. 귀한 기록이지만 점점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6차례 기록이 2013년 이후에 나왔고, 지난해와 올해는 2년 연속으로 한 시즌 사이클링 히트 2개가 나왔다. 왜 이렇게 늘어난 걸까.

가장 먼저 ‘타고투저’ 흐름을 꼽을 수 있다. 타자들의 타격 기술은 물론 장비의 기술력까지 좋아지고 있는 시점에 온전히 팔에 의존해야 하는 투수들의 발전이 더딘 영향이 크다. 2008년 6월26일 대구 삼성전에서 역대 13번째로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던 안치용 KBS N 해설위원(당시 LG)도 “타고투저 흐름을 빼놓고는 볼 수 없다. 과거에 비해 안타도 늘고 홈런도 늘었다. 자연스레 가장 어려운 홈런이나 3루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사실 정말 진귀한 기록인데 최근 들어 많이 나오는 추세라 속상한 것도 있다. 그래도 아직 1군과 2군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모두 기록한 건 나뿐”이라며 웃었다. 이내 그는 “사실 현장에서 만나 봐도 투수들이 정말 힘들어한다. 투수가 살아남을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모든 기록이 타자 쪽으로 쏠리고 있다. 이젠 완투도 남다른 기록으로 취급받을 정도”라며 투수들의 기록 달성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사이클링 히트는 누가, 어떻게 달성할까.

안 위원은 “운이 70%다. 소위 ‘운칠기삼’인 것 같다. 요즘은 잘 치고 빠른 선수들이 많다. 대부분의 선수가 능력은 갖고 있다. 이대호 같은 선수도 발이 빨랐다면 몇 번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개 야구가 잘 될 때 기록이 나오더라. 나도 2008년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101경기로 최다출장). 또 3번째 타석 안에 어려운 기록을 만들어놓으면 나올 확률이 높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이 현역 시절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순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안 위원은 무려 6차례 타석에 들어섰다. 1회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 2회 2번째 타석 삼진, 3회 중견수 키 넘기는 2타점 2루타, 5회 4번째 타석에서 좌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대기록은 6회에 일찌감치 달성됐다. 좌중간으로 향하는 타구에 3루까지 내달려 가장 어려운 3루타를 성공했다.

그가 말한 ‘운’은 어느 지점에서 작용했을까. 일단 LG는 이날 삼성에 20-1로 대승을 거뒀다. 이미 3회에 10-0으로 도망가면서 삼성의 의지를 꺾은 상태였다. 안 위원은 “타이트한 경기에선 사이클링 히트가 나오기 힘들다. 내가 마지막 3루타를 치기 전, 5회까지 스코어는 19-1이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점수차가 박빙이었다면 보다 타이트한 중계플레이로 3루를 내주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올해 두 차례 사이클링 히트가 나올 때에도 마지막 타석에서 운이 따랐다. 홈런-단타-3루타로 2루타 1개만을 남겨뒀던 김주찬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 1사 3루에 상대가 전진수비를 펼친 덕을 봤다. 3루수 앞에서 바운드된 공이 키를 넘기면서 2루까지 내달릴 수 있었다. 2루타-홈런-단타로 가장 어렵다는 3루타를 남겼던 박건우는 9회 중견수가 판단 미스를 범하며 머리 위로 타구가 넘어간 덕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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