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감독실에는 액자가 하나 걸려있다. ‘의무와 권리’라고 한자로 적혀 있다. KIA 김기태 감독이 좋아하는 말이다. 김 감독이 이렇게 ‘의무와 권리’를 바깥에 드러내놓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의 ‘존중과 배려’를 해준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김 감독은 이를 ‘예의’라고 표현한다. ‘감독이 선수보다 계급적으로 위에 있으니까 무조건 따르라’가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감독은 우리 야구계 풍토에서 흔치 않은 수평적 마인드의 소유자다. 올 시즌 KIA의 캐치프레이즈는 ‘동행(同行)’이다. 동행은 리더가 앞에 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것이다.
# 부상결장이 연례행사였던 김주찬(35)과 이범호(35)가 KIA에서 가장 많이 출장하는 선수다. 정신적으로 무너졌던 나지완(31)과 방출선수 서동욱(32)은 출루율 톱 10안에 들어가 있다. 최영필(42), 김광수(35), 한기주(29), 임창용(40) 등도 김 감독의 품에서 재생의 빛을 찾고 있다. KIA를 보며 리빌딩의 기준은 나이가 아님을 깨닫는다. 리빌딩의 에센스는 선수 개개인의 의식이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이다. ‘사람 좋으면 꼴찌’가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인품이 곧 능력인 시대가 왔다. 그 리더하고 같이 일을 하고 싶도록 만드는 ‘매력’이 경쟁력으로 작동하는 세상이다. 이런 시대에 김 감독은 완전무결한 리더가 아니라 ‘우리와 같이 가는 리더’란 공감을 확보했다. 가망이 없어 보였던 KIA 리빌딩에서 희망을 보는 이유다. ‘머니볼’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오클랜드의 진짜 에이스는 빌리 빈 단장”이라고 했다. 이 말을 빌려 쓰자면 ‘KIA 리빌딩의 진짜 에이스는 김기태 감독’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