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넥센 박정음, ‘성공체험’ 통해 성장 중인 열정남

입력 2016-07-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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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음은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넥센의 비밀명기다. 이를 악물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에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제 박정음의 다음 목표는 1군 붙박이 주전이 되는 것이다. 스포츠동아DB

“럭키가이 박정음의 결승타로 이겼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12일 수원 kt전에서 7-5로 승리한 뒤 이 같이 말했다. 박정음(27)은 올 시즌 넥센의 비밀병기로 떠오른 야수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2012시즌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전체 40번)에서 지명 받은 뒤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는데, 65경기에서 타율 0.288(125타수36안타), 1홈런, 14타점, 출루율 0.388, 10도루를 기록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14일 수원 kt전에서는 데뷔 첫 홈런까지 터트렸다. 모두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활약으로 팀의 전반기 상승
세에 힘을 보탰다.

근성의 상징, 럭키가이

박정음은 미국 애리조나~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특유의 근성과 승부욕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염 감독도 박정음의 열정을 인정했다. “즉시전력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지켜보면 괜찮은 선수들이 있다. (박)정음이가 그렇다. 절실함을 봤다. 연습경기에서도 도루에 실패하면 땅을 치고 나온다. 감독으로서 그게 예뻐 보인다. 절실한 선수들은 반드시 올라온다. 목표와 계획이 있으면 뭔가 얻게 돼 있다. 정음이에게 그런 부분이 보인다.”

빠른 발은 박정음의 가장 큰 매력이다. 스프링캠프 당시 타 구단 관계자들도 박정음을 보고 “저 선수는 누구인가. 정말 빠르다”고 감탄했을 정도다. 시범경기에서 평범한 타구를 놓치는 등 외야수비에 애를 먹었지만, 염 감독의 믿음은 변치 않았다. “정음이를 올해 1군에서 쓰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박정음은 “내 역할을 잘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넥센 팬들은 박정음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그라운드에선 이를 악물고 뛰고, 어려운 타구에 거침없이 몸을 내던지는 열정적인 남자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선 겸손이 몸에 밴 ‘나이스 가이’다. 결승타를 친 뒤에도 “형들이 출루하면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득점권에서 타율 0.382(34타수13안타), 11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는데도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다. 염 감독은 “정음이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뛴다. 절실함이 보인다”며 흐뭇해했다.

박정음은 올해 9회 결승타를 3차례 기록했다. 그 중 2개는 5월8일과 7월3일 고척 KIA전에서 기록한 끝내기안타다. 시즌 초 1군 합류조차 불투명했던 선수가 최소 3승을 책임졌으니, ‘럭키가이’라 부를 만하다. 최하위 후보로 평가받던 넥센이 승패마진 12(48승36패1무)로 전반기를 마친 데는 박정음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박정음은 “심재학 타격코치님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매 타석이 내게는 무척 소중하다”고 했다.

‘성공 체험’ 통해 1군 붙박이로!

처음 1군을 경험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신감이다. 박정음도 처음부터 자신감이 넘쳤던 건 아니다. 특히 외야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습경기와 실전경기는 타구의 질부터 달랐다. 시범경기에선 평범한 뜬공을 놓치기도 했다. 실제로 수비는 단순히 공만 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상대 타자의 스윙 궤도나 구종, 코스를 보고 타구의 방향을 예측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염 감독이 “수비는 80%가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지만, 20% 타고나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어려운 타구를 잡아내며 자신감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박정음이 바로 그 과정을 밟고 있다. 10일 고척 NC전에서 멋진 다이빙캐치를 2차례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긴 것. 위기 상황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과감하게 다이빙을 감행한 결과다. 염 감독은 이를 두고 “성공 체험”이라고 했다. “정음이는 꾸준히 실력이 늘고 있다. 타구를 놓쳐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며 “포구하는 방법을 바꾸기도 했고, 더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어려운 타구를 잡아내며 성공 체험을 하는 것이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박정음은 “경기에 자주 나가면서 적응했다”며 “강병식 코치님께서 ‘타자들의 타구를 많이 보라’고 주문하셨고, 연습 때도 실전처럼 했다. 외야수도 핸들링이 좋아야 하는데, 마지막 순간에 공을 잘 잡을 수 있도록 포구 방법을 바꾼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전반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했지만, 조금도 만족하지 않았다. 박정음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며 “여름에 체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준비 잘해서 후반기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각 분야에서 도와주신 코치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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